[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레이 달리오(Ray Dalio)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 창립자가 “현 법정화폐(fiat) 체제가 붕괴되고 있다”며 “모든 주요 통화가 실물자산 대비 함께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으로 촉발된 위험회피 심리 속에 글로벌 증시와 채권시장은 흔들리고, 금과 은은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불확실성과 부채 부담이 누적된 현재의 금융 질서를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20일(현지시각) 글로벌 시장은 주초부터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고, 나스닥은 기술주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 국채 금리도 상승하며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주권 문제를 둘러싸고 “8개 유럽 동맹국에 2월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연내 2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Sell America(미국 자산 매도)’ 흐름이 가속화되며 주식·채권·달러화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비트코인(BTC)은 3% 내리며 9만달러 부근에서 거래됐고,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전일 대비 2.94% 줄어 3조달러 붕괴 위험선에 근접했다.
그러나 비트파이넥스(Bitfinex)는 “단기 모멘텀은 약하지만 현물 수요가 지속적으로 공급을 흡수하고 있다”며 “무역 갈등이 장기적으로 성장 둔화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비트코인에는 중기적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과 은은 강세를 보였다. 순도 0.999 금은 온스당 4740달러로 하루 새 1.4% 상승했고, 은은 온스당 94.49달러로 0.19% 올랐다.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의 아카시 도시(Aakash Dosh)는 “금 가격이 50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레이 달리오는 이번 시장 흐름을 “세계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이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과정”으로 진단했다. 그는 “현재 벌어지는 일들은 내가 ‘대주기(Big Cycle)’라 부른 다섯 가지 요인, 즉 부채, 불평등, 정치 질서,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통화 신뢰 붕괴가 한꺼번에 작동하는 결과”라며 “법정화폐 체제, 국내 정치질서, 국제 질서 모두 균열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달리오는 저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대처하는 원칙(Principles for Dealing with the Changing World Order)』에서 수년 전부터 이러한 구조적 붕괴를 경고해왔다. 그는 이번 주 “이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It’s now happening)”는 글을 올리며, “세계가 전쟁의 문턱에 서 있다”고 표현했다.
달리오 외에도 경제학자 딘 베이커(Dean Baker), 마크 체이킨(Marc Chaikin) 월가 시장 분석가, 금 투자 옹호론자 피터 시프(Peter Schiff) 등도 2026년 경기 침체 가능성과 달러 약세, 귀금속 강세를 잇달아 언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시장은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 흐름의 근본적 재편을 예고한다”고 평가한다. 주식과 채권은 흔들리고, 디지털자산은 방향성을 찾지 못한 가운데, 금·은 등 실물자산이 ‘신뢰의 피난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