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규제 환경은 국가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금산분리와 금가분리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두바이는 전담 규제 기구와 자유 구역을 앞세워 글로벌 디지털자산 허브로 떠올랐다. 블록미디어는 창간 8주년을 맞이해 두바이 현지를 찾아 디지털자산이 금융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현장에서 추적했다.<편집자주> |
[서울=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두바이=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한국 게임 산업이 전환점에 서 있다. 블록체인을 접목해 게임 아이템의 소유 구조를 재편하고, 토큰 기반 경제를 설계하려는 웹3 게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이 분야를 주도해야 할 국내 기업들은 사업 거점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김정현 넥스페이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블록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넥스페이스가 추진 중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아이템 과잉 발행으로 인한 가치 하락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아이템 발행량을 통제하고, 가격 결정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이용자가 투입한 시간과 비용의 가치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COO는 “가격 변동성이 큰 토큰 구조에서 가치 왜곡과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캐시샵을 없애고, 다이내믹 프라이싱 기반의 인게임 파밍 중심 구조를 실험적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관심 높지만, 규제 리스크로 지역 제한 불가피”

그러나 이 같은 모델은 국내에서 적용이 쉽지 않다. 김 COO는 “한국 이용자들의 관심은 높지만, 규제 리스크로 인해 지역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과거 환전형 게임을 둘러싼 규제가 블록체인 기반 게임 전반으로 확장 적용되면서, 새로운 게임 경제 모델에 대한 검토 여지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국내 이용자들은 글로벌 지식재산권(IP) 기반 신작 게임을 완전한 형태로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위메이드와 엠게임은 글로벌 시장에는 블록체인 기능을 포함한 버전을 출시했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기능을 제거한 채 서비스해야 했다.
2023년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 역시 플레이투언(Play to Earn·P2E) 게임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둘러싼 소송 끝에 패소했다. 법원은 “NFT 아이템의 소유권이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에게 귀속되고, 거래를 통해 현금화가 가능해 사행성이 있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판단을 인정했다. 이후 스카이피플은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했다.
두바이를 선택한 이유… “룰이 없다는 건, 리스크가 없는 게 아니다”
김 COO는 아부다비를 선택한 이유로 명확한 규제 기준을 꼽았다. 그는 “룰이 없는 곳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리스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며 “사후 규제 판단에 따라 사업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규제 체계는 기능별로 분절돼 있다. 게임 출시를 위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하지만, 게임위는 사행성과 환급성 우려를 이유로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의 등급 분류를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반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관련 게임 제작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불협화음 속에서 기업들은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토큰 경제 설계 단계부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블록체인과 핀테크를 전략 산업으로 분류하고, 규제기관 중심의 라이선스·감독 체계를 정비해 왔다. 두바이에서는 가상자산규제당국(VARA)이 디지털자산과 웹3 전반을 감독하며, 활동 유형별 라이선스를 발급한다.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서는 고객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자본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또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는 웹3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해 기업들이 블록체인, NFT,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서비스를 제한된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게임 관련 웹3 서비스의 사업 모델 검증과 규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김 COO는 “두바이 규제 당국은 명확한 바운더리를 제시하고, 기업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사업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며 “일방적인 규제가 아니라 협력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보다 필요한 것은 ‘기준의 명확화’
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다. 허용 범위와 금지 기준을 명확히 정리해 달라는 것이다. 웹3 게임은 게임 규제뿐 아니라 디지털자산, 자금세탁방지, 소비자 보호, 국제 조세 체계와도 맞물려 있다. 규제가 불명확할수록 기업은 기준이 분명한 해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이용자 역차별도 지적된다. 김 COO는 “넥스페이스 토큰은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지만, 정작 국내 이용자들은 게임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이용자에게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 규제 당국은 웹3 게임을 여전히 ‘돈을 버는 게임’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업계는 웹3 게임의 본질을 게이머가 투입한 시간과 비용의 가치를 보존하려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 유에스(Market.US)에 따르면 글로벌 Web3 시장은 2025년 97억30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2034년에는 약 226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25년 3분기 기준 게임파이(GameFi) 시장의 일일 활성 지갑 수는 466만개로, 2021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갤럭시 디지털은 2026년 이후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온체인 경제 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P2E 모델이 인플레이션과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면, 향후 웹3 게임은 정교한 토큰노믹스와 재미·보상의 균형을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림자 규제’의 핵심, 게임산업법 28조
웹3 게임 기업들이 해외로 향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현행 게임산업법 구조가 꼽힌다.「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3항은 ‘게임 이용 과정에서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철우 게임·정보기술(IT) 전문 변호사는 “법원이 블록체인 기반 NFT나 토큰 등 게임 결과물을 경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웹3 게임은 국내에서 등급분류를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앱마켓의 자체 등급분류를 통해 게임을 출시하더라도, 이후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의해 등급분류가 취소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만큼 법 개정 없이는 현행 체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로 나간 국내 게임사들이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항에 대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전면 허용이나 전면 금지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시행령 수준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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