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글로벌 테크기업 리더들이 한목소리로 “인공지능(AI)은 21세기 지정학의 핵심 무기”라고 진단했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스로픽(Anthropic) CEO는 AI칩을 “핵무기와 같은 안보 자산”으로 비유하며 “미국이 중국에 이를 판매한다면 마치 북한에 핵을 파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중국의 AI 기술은 이제 미국보다 6개월 정도만 뒤처졌다”며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반면 유럽은 과도한 규제와 투자 부족으로 “AI 종속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올해 다보스포럼의 최대 화두는 단연 AI의 지정학적 영향력(Geopolitics of AI) 이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수천억 달러를 투입해 AI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노동시장·국방·우주 산업까지 영향을 미치는 ‘21세기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했다.
이날 다보스의 ‘AI 하우스(AI House)’ 행사장에서 아모데이 CEO는 “AI 모델은 곧 ‘지능 그 자체’를 의미한다”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 기술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칩은 단순한 반도체가 아니다. 인지 능력을 구축하는 도구이자, 잘못된 손에 들어가면 핵무기만큼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경쟁의 초점은 미국과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형 언어모델 ‘딥시크(DeepSeek)’는 운영 비용이 기존 모델의 일부에 불과하면서도 오픈AI 수준의 성능을 구현해 서방 기술주 시가총액을 한때 1조달러 가까이 증발시켰다.
이에 대해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딥시크 사례는 중국이 미국에 불과 6개월 정도 뒤에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아직 기술적 혁신에서는 미국이 앞서지만, 격차는 빠르게 줄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럽은 후발주자로 평가받았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유럽은 규제에 치중해 혁신 동력을 잃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을 직접 만들고 세계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성에서는 앞서지만, 산업 경쟁력은 미국·아시아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전 구글 CEO 역시 “유럽이 개방형 AI(Open Source AI)에 대규모 투자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 모델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유럽의 기술 주권에 좋지 않은 결과”라고 경고했다.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경제 구조와 고용 패턴을 재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모데이는 “AI 확산으로 GDP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실업률과 소득 불평등이 동시에 증가하는 ‘이례적 조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지속 가능한 정책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러디스 휘트테이커(Meredith Whittaker) 시그널(SignaI) CEO는 “AI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한다”며 “기업은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구체적으로 질문하라’고 조언했다. 기술이 아니라 활용 전략이 핵심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포럼 기간 동안 앤스로픽과 라이트스피드(Lightspeed), 제너럴 캐털리스트(General Catalyst) 등 AI 중심 벤처캐피털은 다보스 외곽에서 비공식 네트워킹 행사를 개최하며, AI가 ‘정치·경제·군사·금융’을 관통하는 글로벌 아젠다로 부상했음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