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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을 둘러싼 규제 환경은 국가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금산분리와 금가분리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두바이는 전담 규제 기구와 자유 구역을 앞세워 글로벌 디지털자산 허브로 떠올랐다. 블록미디어는 창간 8주년을 맞이해 두바이 현지를 찾아 디지털자산이 금융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현장에서 추적했다.<편집자주> |
[서울=블록미디어 이승주 기자, 두바이=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내에서 토큰증권(STO) 법제화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규제 공백으로 커스터디와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는 명확한 규제 체계를 바탕으로 실물자산 토큰화(RWA)와 기관용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4일 증권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법제화가 될 때를 대비해 컨소시엄을 꾸려 이를 대비 중이다. 반면 맨틀(Mantle) 등 해외 기업들은 규제가 완화된 두바이를 거점으로 스테이블코인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전통 금융 자산의 온체인화를 본격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증권사, 컨소시엄 꾸려⋯STO발행부터 유통까지
국내에서는 토큰증권(STO) 법제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지난달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STO 법제화가 내년 초 이뤄진다면 기존에 전자증권만으로 담기 어려웠던 부동산이나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 실물 자산은 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같은 비정형 자산과 권리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권은 STO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전통 증권 사업의 성장 한계로 인해 STO를 장·단기 수입 다각화 전략으로 채택 중이다. STO 수익 메커니즘은 기초자산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구조와 플랫폼 사업자가 얻는 수수료 수익으로 나뉜다. 아울러 발행과 유통·운용 단계에서도 다층적으로 발생한다.
가령 미래에셋증권은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과 ‘넥스트파이낸스이니셔티브(NFI)’를 구성해 자체 STO메인넷을 개발했다. 여기에서 토큰증권 발행 수수료와 플랫폼 이용료, 유통시장 거래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농협은행과 케이뱅크, 펀블 등과 ‘STO비전그룹’을 결성해 부동산과 대체자산 토큰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발행 주선 수수료(언더라이팅)과 자산관리 수수료, 2차 거래 중개 수수료를 확보하는 구조다.
신한투자증권은 SK증권, 블록체인글로벌과 ‘펄스(PULSE)’ 프로젝트를, KB증권은 조각투자 플랫폼 및 IT기업들과 ‘ST오너스’ 협의체를 결성했다.

자본시장법에 가로막힌 커스터디, 해외는?
해외에서는 이미 대형 금융기관들이 디지털자산의 커스터디(수탁)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규모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는 코인베이스가 운영한다. 기관투자자 전용 분리·보관과 보험가입 서비스 등이 있다. 피델리티가 2018년 세운 디지털자산 전문 자회사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커스터디언 역할을 한다.
두바이에서도 디지털자산규제청(VARA) 규제 하에 커스터디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일본 노무라홀딩스·프랑스 레저·영국 코인쉐어즈가 합작한 코마이누(Komainu)는 지난 2022년 11월 VARA의 최소생존상품(MVP)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중동 지역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VARA는 커스터디 사업자에게 최소 자본금 요건, 사이버 보안 인증, 연간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며, 2023년에는 실물자산담보 토큰(RWA) 발행에 대한 세계 최초의 상세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과 전자금융거래법상 커스터디 사업자 지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대형 금융기관들이 본격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법이 개정될 때를 기다리며 사업을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NFI)과 NH투자증권(STO 비전그룹), 신한투자증권(PULSE)가 STO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여기에 커스터디 기능을 포함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등이 코빗 및 빗썸과 제휴를 맺어 실명계좌를 제공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은 합작법인 코다(KODA)를 통해 진출 중인데 이는 향후 커스터디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입법 추진에서 막힌 수익형 스테이블코인⋯금융권은 ‘준비 중’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란 보유자에게 정기적인 이자 등 수익을 제공하는 디지털자산이다. 지갑에 보관만 해도 발행사가 운용하는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이 토큰 보유자에게 자동으로 분배되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사이 발행 주체에 대한 논의를 좁히지 못해 여전히 입법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주요 모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국채·머니마켓 기반 모델로, 발행사가 사용자의 예치금을 미국 국채, 단기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한 전통 자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토큰 보유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사실상 온체인 MMF처럼 작동한다.
다음은 디파이 기반 모델이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을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하면 수익이 자동으로 증가하는 ‘포장 토큰’ 형태로 제공된다. 가령 DAI를 예치하면 잔고가 자동으로 증가하는 sDAI같은 형태다. 마지막은 파생상품·스테이킹 기반 합성 모델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파생상품과 스테이킹, 대출 등에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 뒤 그 수익을 토큰 보유자에게 분배하는 구조다. 이 모델은 수익률이 높을 수 있지만 그 만큼 리스크도 크다.
두바이엔 진출, 한국엔 ‘글쎄’⋯규제에 주춤하는 해외 기업
국내 기업들이 규제의 벽에 막혀 STO와 커스터디 등을 준비만 하고 있을 때, 적극 사업에 뛰어든 해외 기업들의 활약에 주목된다. 그중 하나는 맨틀이다. 맨틀은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네트워크로, 스테이블코인과 MMF, 부동산 사모펀드 등 기존 금융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전통자산을 온체인으로 옮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물자산(RWA) 토큰화를 통해 전통 금융과 웹3를 연결하는 인프라 역할을 지향한다.
맨틀이 중동, 특히 두바이를 주요 거점으로 삼은 배경에는 명확한 규제 환경이 있다. 최근 두바이 금융감독청(DFSA)의 승인을 받은 토큰화 머니마켓펀드(QCDT)가 맨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출시되면서, 이미 연동돼 있던 거래소 및 기관 커스터디 인프라와 결합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해당 자산은 거래 담보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바이비트(Bybit)의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 라이선스 역시 이러한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맨틀은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정헌 넥스페이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블록미디어와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진출하기에는 이른 단계”라며 “규제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와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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