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로 거래소 본업 부각…비덴트 영향력은 사실상 소멸
복잡한 해외 법인 구조 등 남은 과제는 ‘투명성’ 확보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이 사업 및 지배구조 전반에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거래소 본업과 신사업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단행하는 한편, 최대주주 변경을 통해 이정훈 전 빗썸 의장 중심의 지배구조로 사실상 재편을 완료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빗썸의 코스닥 상장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거래소–신사업 분리…상장 염두 둔 선제 조치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빗썸은 인적분할을 위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빗썸은 다음 달 1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분할계획서를 승인하고, 8월 15일 인적분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빗썸은 이번 분할을 통해 거래소 사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시장에 명확히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빗썸은 그간 거래소 운영 외에도 부동산, 주식, 경영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병행해 왔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이 포함되면서 거래소 본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분할은 이를 구분해 사업별 성과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빗썸은 “복합적인 사업 구조 속에서 거래소 본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가려져 왔다”며 “분할을 통해 핵심 사업의 성과를 별도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적분할로 거래소 사업은 기존 ‘주식회사 빗썸’이 담당하며, 고객예치금 2조3000억원과 손실보전준비금 1000억원을 보유하게 된다. 반면 신설법인 ‘빗썸에이’는 웹3 플랫폼 개발과 직접투자, 전략적 제휴 등 신사업을 전담하는 지주회사로 출범한다. 빗썸에이는 약 6200억원 규모 자산을 이전받으며, 이 중 2800억원 이상은 현금성 자산이다.
반면 신설회사 ‘빗썸에이’는 지주회사이자 신사업 전담 조직으로 출범한다. △웹3 플랫폼 개발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 △직접투자 및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한다. 빗썸에이에는 약 6200억원 규모의 자산이 이전되며,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2800억원을 웃돈다. 빗썸 관계자는 “분할을 통해 거래소와 분리된 조직으로서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 바뀐 빗썸…이정훈 중심 지배구조 ‘공식화’
빗썸은 오랜 기간 상장 또는 매각의 장애물로 지적돼 온 지배구조 정비도 손질에 나섰다. 빗썸의 모회사인 빗썸홀딩스는 최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비덴트에서 디에이에이(DAA)로 변경됐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DAA는 콜옵션 행사로 지분 34.2%를 확보하며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고, 비덴트는 지분율이 줄어들며 일반 주주로 밀려났다.

이번 지분 이동은 단순한 소유구조 변경이 아닌, 실질적인 지배축 재편으로 보고 있다. 현재 빗썸의 최대주주는 지분 73.56%를 보유한 빗썸홀딩스로 주요 주주는 △디에이에이(29.98%) △BTHMB 홀딩스(10.70%)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4.46%) 등이다. 비덴트는 여전히 빗썸홀딩스의 주요 주주(30%)이지만, 최대주주 지위에서는 밀려났다. 나머지 지분은 기타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재편되면서 이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간접 지배 구조가 한층 더 명확해졌다. 이 전 의장은 여러 개의 해외 법인을 거쳐 빗썸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핵심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SG브레인이라는 법인이다.
디에이에이(DAA)의 최대주주는 싱가포르 소재 법인 BTHMB홀딩스(지분율 100%)이며, 이 BTHMB홀딩스의 지분 95.8%는 싱가포르 법인 SG브레인이 보유하고 있다. SG브레인은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 전 의장은 SG브레인(95.8%) → BTHMB홀딩스(100%) → DAA(34.2%) → 빗썸홀딩스(73.56%)라는 지분 연결을 통해, 간접 지배구조임에도 빗썸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과거 비덴트가 빗썸의 경영권을 두고 이 전 의장 측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이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로의 전환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덴트는 2018년부터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을 투입하고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빗썸홀딩스 내 입지를 확장해 왔다. 연쇄적인 출자 구조를 통해 최대 34.22%의 지분을 확보하며, 한동안 빗썸 지배구조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덴트는 이 과정에서 다수의 코스닥 상장회사를 활용했다. 이로 인해 관련 계열사들의 경영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빗썸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비덴트와 그 관계사들은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경영 상황을 겪었고, 계열사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빗썸의 지배구조와 오너십에 대한 외부의 의심과 논란이 뒤따랐다.
이와 관련해 빗썸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빗썸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이 전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확정했다”며 “국내 감독기관이 이 전 의장을 실질적 지배주주로 공식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인 지정으로 실질 사주 논란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은 과제는 ‘투명성’…해외 법인 중심 구조는 여전
지배구조 정비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위한 여건이 모두 마련된 것은 아니다. 특히 모회사인 빗썸홀딩스의 상위 지배구조에 있는 DAA·BTHMB홀딩스 등 핵심 법인이 모두 해외에 위치해 있으며, 외국 법령에 따라 운영되고 있어 국내 감독당국의 직접 규제가 어렵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이에 대해 빗썸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이 독립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체계를 장기간 구축해 왔다”며 “주요 경영사항도 독립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하고 있으며, 가상자산사업자(VASP)로서 당국 지침에 맞춰 규제 환경에 부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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