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며 강한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정책 기대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맞물리며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대거 유입된 결과다.
반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은 글로벌 규제 불확실성과 투자 매력 약화 속에 거래가 급감하며, 양 시장 간 자금 흐름의 대비가 뚜렷해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2월1일 3920.37포인트에서 1월22일 4952.53포인트까지 오르며 약 26.3% 상승했다. 이날 장중에는 5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 처음으로 5000선에 올라섰다.
이처럼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난해 12월 14조4168억원에서 올해 1월 약 25조2860억원으로 확대돼 75% 이상 급증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각국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재난지원금 등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며 자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였다. 현재 코스피는 코로나 시절 만큼의 유동성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기성 자금의 이동도 뚜렷한 모습이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674조84억원이던 요구불예금·MMDA 잔액은 올해 1월21일 647조2363억원으로 축소됐다. 불과 보름여 만에 수십조원이 빠져나가며, 시중 자금이 보다 적극적인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기예금 잔액도 지난해 말 939조2863억원에서 이달 21일 936조2864억원으로 3조원 가량 감소했다.
반면 디지털자산 시장은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은 이후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황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 약 4조3790억달러(약 6420조원)를 기록했던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현재 3조1092억달러(약 4560조원)로 약 29% 감소했다.
비트코인 역시 당시 12만60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현재 9만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격과 거래량을 기반으로 산출한 공포·탐욕 지수는 24까지 떨어지며,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의 약 70%를 차지하는 업비트에서 이번달 비트코인 일일 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동기 대비 67.81% 감소했다. 업비트 API 기준 지난해 1월 약 4900억원이던 일일 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1월 16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시중 유동성이 디지털자산이 아닌 국내 증시로 이동하면서, 양 시장 간 자금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현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그린란드 이슈를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변동성이 큰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규제 정비 지연과 각국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큰 디지털자산보다 실적과 정책 기대가 뒷받침되는 국내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여기에 주식시장을 밀어주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맞물리며 국내 증시에 강한 상승 동력을 제공했다”며 “반면 디지털자산 시장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군으로 분류되지만, 뚜렷한 투자 매력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유동성이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자산 시장이 다시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연구원은 “AI 사이클이 전 세계적으로 설득력을 얻으며 대규모 유동성을 끌어모은 것처럼, 디지털자산 시장 역시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강력한 트리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블록체인은 가시적인 신규 효용을 창출하기보다는 중앙화된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데 강점이 있는 기술인 만큼, 시장의 상승을 견인할 계기가 우리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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