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는 거대한 무대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 정상들과 CEO들을 조연으로 세운 채 리얼리티 TV 쇼를 찍었다.
2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6년 다보스 포럼의 풍경은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리얼리티 쇼와 같았다고 보도했다. 이 쇼를 지휘한 주인공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잠시 공보국장을 지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트럼프가 알프스에 도착하기도 전인 월요일, 이번 포럼의 본질을 꿰뚫는 예언을 내놓았다. 그는 “2026년 현재, 세계 최고의 리얼리티 TV 프로듀서는 바로 도널드 J. 트럼프”라고 단언했다.
쇼의 본질은 극적인 드라마
스카라무치의 설명에 따르면, 훌륭한 리얼리티 TV 쇼를 만드는 공식은 간단하다. 먼저 갈등(conflict)을 조성하고, 부조리(absurdity)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해결책(resolution)을 제시함으로써 관객에게 일종의 안도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가 이번 다보스에서도 정확히 이 공식을 따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다보스의 전개는 스카라무치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개막 초기, 포럼 참석자들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침공할지 모른다는 소문과 유럽에 대한 관세 위협으로 인해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고, CEO들은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전전긍긍했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가 조성한 ‘갈등’과 ‘드라마’였다.
각국 정상과 CEO들은 조연
그러나 수요일 밤, 칵테일 파티장에서 다시 마주친 스카라무치는 자신의 예언이 적중했음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과 행보를 통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고 관세 위협을 거두어들였으며, 나토(NATO)와 협상 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갈등을 고조시킨 뒤 극적인 ‘해결’을 제시해 관객(다보스 참석자)들을 안도하게 만든 것이다.
이 리얼리티 쇼의 출연진인 글로벌 기업 CEO들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연출에 맞춰 춤을 춰야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트럼프가 주최하는 비공개 파티에서 대통령을 기다리다 지쳐,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야 했다. 반면 팀 쿡 애플 CEO와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트럼프의 칭찬을 받으며 조명을 받았다.
쇼의 피날레마저 극적이었다. 트럼프가 스위스를 떠나 비행기에 오를 무렵, 참석자들의 휴대폰에는 긴급 속보 알람이 울렸다. 트럼프가 제이미 다이먼과 JP모건을 상대로 5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였다. 마치 쿠키 영상처럼 트럼프는 다음 시즌을 예고했다.
트럼프, “가끔 독재자가 필요하다”
결국 2026년 다보스 포럼은 스카라무치의 말처럼 트럼프가 기획하고 연출한 거대한 리얼리티 쇼였다. 참석자들은 그린란드 매입이라는 거대한 이슈부터 칵테일 파티 참석이라는 사소한 결정까지, 모든 순간마다 ‘미국(트럼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만 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향한 “독재자 같다”는 비판에 대해 “가끔은 독재자가 필요하다”고 응수하며, 이 혼란스러운 무대를 자신의 방식대로 장악했다.
쇼는 계속되겠지만, 주인공은 언젠가 바뀐다. 트럼프 집권 2년차 시청자들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거나, 지루해 하거나 둘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