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지난해 보류했던 인적분할 계획을 다시 추진한다. 인적분할로 거래소와 지주·투자 부문을 나눠 구조를 정비하는 이번 결정은 향후 경영 전략의 변화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21일 금융당국에 인적분할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번 분할은 오는 6월13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31일 시행될 예정이다. 주주들은 기존 지분율에 따라 신설법인의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분할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되며 분할 비율은 존속법인 빗썸이 약 55.7%, 신설법인 ‘빗썸에이’가 약 44.3%다. 존속법인은 디지털자산 거래소 사업을 전담하고, 신설법인은 지주회사와 투자사업 부문을 맡아 별도로 운영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분할 전 빗썸의 전체 자산총계는 약 3조7827억원, 자본총계는 약 1조3995억원이다. 이 가운데 존속법인 빗썸은 약 3조1623억원의 자산과 약 7791억원의 자본을 유지하며, 신설법인 ‘빗썸에이’는 약 6204억원의 자산으로 새롭게 설립된다. 자산과 자본이 분리되며 각기 다른 사업 목적에 맞춰 독립적인 체계를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신설법인은 현재로서는 상장 계획없이 비상장 상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빗썸 관계자는 “지난해 분할 추진이 잠정 중단됐던 것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이행 요건에 따른 준비 때문이었다”며“현재는 관련 준비가 일정 수준 마무리돼 다시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 여부와는 별개로, 현재 상황에서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신설법인 ‘빗썸에이’는 기존 빗썸이 보유한 일부 투자 자산과 계약, 인허가, 지식재산권 등을 승계하며, 관련 인력도 고용 조건을 유지한 채 함께 이전된다. 분할기일 이후 1년 동안은 존속법인의 거래소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는 고객 신뢰와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빗썸은 이번 분할을 통해 △거래소와 신사업 간 리스크를 분리하고 △고객 예치금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며 △규제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재무구조를 명확히 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이 같은 요소들은 인적분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핵심 효과로, 각각이 분할 결정의 타당한 근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빗썸의 인적 분할에 대해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정비라는 해석도 나온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IPO를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빗썸은 2022년 글로벌 거래소 FTX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무산됐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IPO를 시도한 바 있다. 또 핵심 경영진이 직접 거래소 점유율에 관여하며 관리·감독 하는 등 몸집 늘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IPO설에 힘을 더한다.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인적분할은 기업 매각을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매각을 진행 중인 회사의 경우 팔고자 하는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나눠 시장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