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만 하던 자산, 디파이로 활용”
“비트코인부터 시작…다른 체인으로 확장도 계획 중”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은 오랫동안 이더리움 중심의 생태계에 갇혀 있었습니다. 마치 이더리움만이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인 것처럼요. 하지만 블록체인에는 비트코인(BTC), 엑스알피(XRP)처럼 움직이지 않고 잠들어 있는 자산들도 수천억 달러나 됩니다. 이제는 이런 자산들도 온체인에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디파이는 특정 체인의 특권이 아니라 블록체인 전체를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알탄 튜터(Altan Tutar) 모어마켓(More Markets)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비들 아시아 2025’ 행사장에서 <블록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디지털자산 시장에는 여전히 수조 원 규모의 자산이 아무런 수익도 내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며 “모어마켓은 이런 자산들이 깨어나 실제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파이 생태계는 여전히 이더리움 기반 자산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베(Aave), 컴파운드(Compound), 유니스왑(Uniswap) 등 주요 프로토콜들이 대부분 ERC-20 표준에 맞춰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엑스알피(XRP), 도지코인처럼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하지 않는 자산은 디파이 서비스에 직접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보유자는 많지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인 셈이다.
더 많은 자산들을 디파이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식도 시도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랩트 비트코인’(WBTC)다. 사용자가 비트코인을 특정 기관에 맡기면, 그 기관은 이를 담보로 이더리움 기반의 ERC-20 토큰을 발행한다. 이 토큰은 디파이 환경에서 비트코인처럼 기능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산의 통제권을 중앙화된 기관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보안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튜터 CEO는 “랩핑 방식은 자산을 맡기고 그 대신 별도의 토큰을 발행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자산의 통제권과 발행 권한이 소수의 기관에 집중되기 때문에 해킹이나 운영 실수 내부 부정 같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위험을 피하면서도 디파이에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며 “우리는 중앙화된 수탁 절차 없이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고, 그 결과 자산을 원래 체인에 그대로 둔 채 메시지를 통해 별도의 체인에서 자산을 발행하는 구조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모어마켓은 이를 위해 ‘니어 체인 서명(Near Chain Signature)’ 기술을 도입했다. 비트코인이나 엑스알피처럼 스마트 컨트랙트가 없는 블록체인에서는 누가 자산을 예치했는지를 자동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니어 체인 서명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 사용자가 자산을 예치했다는 사실을 서명 형태로 증명하고 이를 다른 체인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튜터 CEO는 “사용자는 지정된 주소에 자산을 예치하고 이 내용을 서명 데이터로 만들어 별도 체인으로 전송한다”며 “모어마켓은 이 서명을 검증한 뒤 원래 자산을 바탕으로 디파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 토큰을 발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자산은 기존 체인에 그대로 남기 때문에 브릿지도 필요 없고 중앙화된 수탁기관도 개입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원활히 적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모어마켓은 실제 자산을 옮기지 않고도 정보를 기반으로 새로운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지만 그만큼 체인 간의 상태가 정확하게 동기화돼야 하고 서명 검증이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실제 자산과 새로 발행된 토큰 사이에 가격 차이가 생기거나 예치된 자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튜터 CEO는 “자산은 원래 체인에 그대로 남겨두고,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별도 체인에서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두 체인의 상태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자산 가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원래 자산과 새로 발행된 토큰의 가치가 어긋나지 않도록 동기화 정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서비스를 출시해 실제 사용자들이 자산을 예치하고 디파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우선 비트코인, 엑스알피, 도지코인 같은 자산부터 시작하고 이후 여러 체인으로 순차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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