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가이아 “누구나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시대 도래할 것”
“韓, 독립 생태계 갖춘 실험 최적지…로컬 창업 지원 강화”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AI 기술이 빠르게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중앙화된 구조에선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고, AI의 판단 과정도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가이아는 사용자가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AI의 운영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AI를 만들고 활용 방향을 결정할 수 있어야 진정한 분산형 인공지능 생태계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매트 라이트(Matt Wright) 가이아(GAIA)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블록미디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의 주요 사용자와 소비자는 사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며 “누구나 자신만의 AI를 만들고, 소유하며 이를 통해 직접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개인 주도 AI 플랫폼, 웹3 위에 구축될 것”
가이아는 인공지능(AI)과 웹3를 결합한 분산형 인공지능 네트워크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AI 생태계가 데이터와 모델을 중앙화된 기업이 독점하는 구조라면, 가이아는 누구나 직접 AI 노드를 생성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기반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다. 라이트 CEO는 “가이아는 단순한 기술 플랫폼이 아니라, AI를 위한 새로운 인터넷 운영체제(OS)”라고 정의했다.
가이아의 출발은 지난해 버클리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초기 오픈소스 AI 노드 기술이었다. 라이트 CEO는 “초기에는 단순한 노드 패키지였지만 이를 기반으로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해왔다”며 “AI가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웹3 인프라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고 말했다. 가이아팀에 따르면 현재 가이아 생태계에는 40만개 이상의 AI 노드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노드는 상호 연결돼 ‘문맥 기반 AI 마켓플레이스’로 작동한다. 각 노드는 특정 분야나 맥락에 특화된 에이전트 역할을 하며 사용자는 깃허브(GitHub)에서 코드를 내려받아 이를 자신의 환경에 맞게 실행할 수 있다. 라이트 CEO는 “유튜브가 영상 기반 지식 플랫폼이라면, 우리는 맥락(Context) 기반 AI 네트워크를 만드는 중”이라며 “개인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만의 AI 회사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처럼 분산형 AI 구조는 기존 중앙집중형 시스템과 전혀 다른 방식의 생태계를 지향한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AI는 중앙 API에 의존하고 있고, 그 구조는 비용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AI가 진짜 유용해지기 위해선 산업, 지역, 개인별로 맞춤형으로 훈련되고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중요한 건 알고리즘보다 신뢰 구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은 오픈소스 기술과 웹3 인프라다. 라이트 CEO는 “웹3의 본질은 단순히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있다”며 “AI가 자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원 확인, 권한 설정, 의사결정 같은 요소들이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시스템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가이아의 노드 시스템 전반에 적용돼 있다는게 라이트 CEO의 설명이다. 그는 “여러 명이 함께 서명해야만 에이전트가 특정 행동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 서명(multi-signature)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했다”며 “노드 제어 권한은 NFT(대체불가능토큰)를 통해 설정하고, 주요 결정은 온체인 투표를 통해 이뤄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사용자 간의 권한과 신뢰를 분산 구조 위에서 유지하기 위한 방식이다.
가이아는 이러한 기술 구조 위에 오픈소스를 중심으로 한 수익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기본 시스템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으며, 여기에 프리미엄 기능, 도메인 기반 서비스, 토큰 보상 구조 등을 결합해 사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라이트 CEO는 “노드 운영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훈련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라이트 CEO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한국은 독립적인 기술 생태계를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며 “오픈AI에 의존하지 않고, 로컬화된 AI와 웹3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가이아는 올해 한국에서 해커톤과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로컬 에이전트 기반의 창업 생태계를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라이트 CEO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1~2년 내 인터넷에는 인간보다 더 많은 AI 에이전트가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신뢰를 구조화할 수 있는 분산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나 자신의 지식을 기반으로 AI를 만들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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