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S는 도구가 아닌 출발점”… 사용자 중심 철학 강조
ENS가 준비 중인 다음 단계… ‘네임체인’ 도입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디지털 공간에서 ‘나’를 설명하는 일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SNS 계정, 이메일 주소, 각종 온라인 아이디를 통해 우리는 매일 디지털 이름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긴 문자열로 구성된 지갑 주소가 사용자를 식별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기계에는 정확할지 몰라도 사람에게는 직관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기술적으로는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했지만, 사용자 친화성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더리움 기반 네이밍 시스템 ‘ENS'(Ethereum Name Service)다. ENS는 복잡하고 긴 지갑 주소를 사람이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짧은 이름으로 바꿔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숫자와 기호로 가득한 문자열 대신 사용자 친화적인 이름을 부여해 블록체인 이용 경험을 개선하려는 시도였다. 이는 인터넷 초기에 IP 주소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도메인 이름으로 변환했던 DNS 시스템과도 비슷한 발상이었다. ENS는 블록체인 상의 식별자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ENS는 단순한 주소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노우에 마코토(Makoto Inoue) ENS 데이터 애널리틱스 개발자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비들 아시아 2025’ 행사장에서 <블록미디어>와 만나 “ENS는 단순히 주소를 편리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디지털 세계에서 개인의 존재를 보여줄 수 있는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사용자 중심 사고와 탈중앙성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ENS 이름은 사용자가 직접 등록하고 제3자의 승인 없이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연결 정보를 변경할 수 있다”며 “모든 과정은 중앙 서버가 아닌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처리된다”고 말햇다. 이어 “ENS조차 특정 사용자의 이름을 삭제하거나 제한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시스템 설계 전반에 사용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노우에는 이 같은 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술적 보완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이더리움 메인넷은 거래 수수료가 높고 처리 속도가 느려 사용자 경험에 제약이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네임체인(Namechain)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 중인 ‘네임체인(Namechain)’은 ENS가 구축 중인 자체 레이어2 솔루션이다. 이더리움 메인넷의 수수료 부담과 처리 지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됐으며 거래를 메인 체인 밖에서 처리한 뒤 최종 결과만 메인넷에 기록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고, 거래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노우에는 “네임체인은 영지식 증명(ZK Proof) 기술을 적용해 거래 속도와 데이터 무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ENS의 기본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성능을 높이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NS는 이러한 기술 확장을 기반으로, 이름을 통해 다양한 신원 및 활동 이력을 연결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노우에 개발자는 “ENS 이름에 탈중앙자율조직(DAO) 투표 이력, 온체인 활동, 소셜 계정 정보 등을 연결해, 하나의 이름만으로 온라인상의 신뢰 이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ENS가 기대하는 방향”이라며, “이를 통해 이름 위에 존재와 기록을 쌓는 구조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병원, 학교, 정부기관 등 오프체인 환경과 ENS 이름이 연결된다면 개인의 정체성과 이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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