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불거진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일부 완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 약화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300원을 하회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13.0원) 보다 10.8원 하락한 130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12.0원 급락한 1301.0원에 개장했다. 한 때 1298.20원까지 내려서며 1300원 아래로 내려섰으나, 이후 하락폭을 일부 되돌리며 1300원 초반에 마감했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는 103선으로 내려서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3시 40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보다 0.32% 하락한 103.77선에서 등락중이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 초반대로 내려선 것은 미 대형은행들이 위기설이 불거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구제하면서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줄어들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진 영향이다.

미국 정부와 대형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CS와 퍼스트 리퍼블릭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밤 사이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299.2원에 최종 호가 되는 등 그간의 상승 흐름을 되돌렸다. 장중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연장되면서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은 미 11개 대형은행은 16일(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00억 달러(약 39조)를 마련해 퍼스트 리퍼블릭에 비보호 예금으로 예치하기로 했다. 이들은 “미국 최대 은행의 이번 조치는 퍼스트 리퍼블릭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이 같은 조치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누그러들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

이에 앞서 유럽에서도 스위스중앙은행이 스위스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500억 스위스프랑을 지원하는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은행권 우려 완화에 일조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20개국 중앙은행인 ECB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충격이 CS로 옮겨가는 등 유럽은행 전체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빅스텝’을 밟았다.

ECB는 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0%에서 3.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ECB는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이번 달까지 세 차례 연속 ‘빅스텝’을 이어오고 있다. ECB의 빅스텝 인상에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다.

간 밤 발표된 미 노동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미 노동부는 16일(현지시간) 지난주(3월 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2만3000건 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주보다 2만 명 줄어든 것으로 시장 예상치(20만5000건)을 크게 하회한 것이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만9000건 줄어든 168만 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것을 뜻해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미국내 은행들이 잇따라 도산하는 등 경기 위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 당국 등의 조치로 우려가 일부 해소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1~2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으로 16일 오전 7시 27분 현재 3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20.3%로 전날(45.4%) 보다 큰 폭 줄었다. 전날 동결 전망은 한 때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79.7%로 전날(54.6%) 보다 큰 폭 었다.

뉴욕 증시는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 대비 371.98포인트(1.17%) 상승한 3만2246.5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8.35포인트(1.76%) 상승한 3960.28에, 나스닥 지수는 283.23포인트(2.48%) 오른 1만1717.28에 장을 닫았다.

미 국채 금리는 다시 상승했다. 같은 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3.10% 상승한 3.569%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6.82% 상승한 4.157%에 마감했다. 전날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4%대 아래로 내려 갔으나 1거래일 만에 다시 4.0%대로 올라섰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최근 강달러의 근거가 됐던 은행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축소괴고 위험선호 심리가 유입되면서 한때 1300원을 하향 이탈했다”며 “CS 사태에도 ECB가 빅스텝을 단행하자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점도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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