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월가 투자은행 제프리스가 미국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이 전통금융(TradFi) 토큰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인프라 성숙과 규제 진전이 맞물리며, 명확한 시장 규칙이 마련될 경우 기관 주도의 토큰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제프리스는 26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CLARITY Act)’이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구조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적 변수로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점진적인 규제 진전이 기관 참여를 확대할 토대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프리스는 “집행 중심 규제(regulation through enforcement)에서 벗어나 기술 중립적 프레임워크로 감독을 조율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상원 농업위원회는 주말 미국 전역을 강타한 겨울 폭풍을 이유로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 심의를 오는 27일에서 29일로 연기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앞서 12일 하원 통과안에 기반한 자체 법안 초안을 공개했지만, 업계 반발과 정치적 부담으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제프리스는 최종 통과를 위해서는 상원 전체 표결과 대통령 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올해 법안 통과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반영되고 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정에 특히 주목했다. 상원 초안은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지급되는 수익을 금지해 이른바 ‘스테이블코인 수익 공백’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거래 기반 인센티브는 허용돼, 거래소와 발행사의 사업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프리스는 그러나 법안의 핵심 효과는 규제된 금융기관의 참여 확대에 있다고 봤다. 명확한 시장구조 규칙이 마련되면 은행과 시장 인프라 기업들이 토큰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전통 금융권의 토큰화 시도는 속도를 내고 있다. 제프리스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예탁결제기관 DTCC,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Swift)의 관련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시장구조 규칙이 확립될 경우 블록체인 기반 거래, 대출, 수탁 서비스가 확대되고, 규제 준수 역량을 갖춘 프로젝트와 기업에 자본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결제와 정산에 활용되는 특정 블록체인은 실질적 수익 창출과 연결되며 관련 토큰의 가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개업체 벤치마크는 별도 보고서에서 “입법 부재는 디지털자산 성숙을 훼손하기보다는 지연시킬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경우 미국 시장에서는 거래소, 탈중앙화금융(DeFi), 알트코인보다 비트코인 연계 자산과 현금흐름이 있는 인프라 중심으로 자본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