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저 버와 코인플렉스, 둘만의 특약 주고 받다 크립토 윈터 만나 유동성 위기 빠져

[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지난 6월 24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플렉스(CoinFLEX)가 출금 중단을 발표한 후 이 거래소의 플랫폼 토큰인 플렉스(FLEX)의 가격은 4시간 만에 4.3달러에서 1.5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동시에 플랫폼 스테이블 코인 FlexUSD도 1달러와의 패깅이 깨지면서 0.23달러까지 떨어졌다.

코인플렉스의 마크 램(Mark Lamb) CEO는 6월 29일 트윗을 통해 “자칭 ‘비트코인 예수’라는 로저 버(Roger Ver)의 채무로 인해 거래소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로저 버에게 4700만 USDC의 배상을 요구하는 채무 불이행 통지를 발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로저 버는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상대방에게 채무를 지고 있다는 최근 루머는 사실무근이다. 나는 상대방에게 빚을 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이 나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나는 현재 내 돈을 반환 받을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응수했다.

최근 중국의 유명 크립토 정보 제공자 우숴블록체인은 이 사건에 정통한 소식통이 밝힌 내막을 공개하고 코인플렉스와 로저 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혔다.

# 코인플렉스, 로저 버에게만 ‘청산 유예·숏 오더’ 특권 줬다
지난 5월 테라와 루나가 붕괴된 뒤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빚어지자 코인플렉스 관계자는 다른 파트너들에게 로저 버(Roger Ver)를 위한 특별 계정을 개설했다고 우선 설명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계약 거래 중 계좌의 순자본이 유지 증거금보다 적어지면 거래소는 해당 포지션을 직접 청산할 수 있다. 그러나 고액 순자산 고객인 로저 버는 개인신용을 담보로 코인플렉스와 별도 협약을 맺었다. 계정의 자기자본이 유지 증거금보다 낮더라도 즉각 청산하지 않고 마진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도록 했다.

로저 버는 BCH를 보증금으로 코인플렉스에 롱 포지션을 열었다. 이 BCH는 초기 약 400달러에 담보를 시작했지만 시장이 악화되면서 가격이 줄곧 하락했고 계정 자산이 결국 유지 보증금 아래로 떨어지게 됐다. 로저 버는 계정이 털릴 때까지 보증금을 채우지 않았지만, 코인플렉스도 곧바로 포지션 청산을 위해 BCH를 팔지 않았다. 로저 버에게 시간을 주기로 한 계약서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거래소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자금 인출이 중단되자 다른 사용자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됐고 BCH 가격은 120달러까지 더 떨어졌다.

이 정도에 그쳤더라면 코인플렉스의 손실은 그나마 어떻게든 충당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코인플렉스는 다른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자체 플랫폼 스테이블 코인 FlexUSD를 발행했다. 이때 코인플렉스는 FlexUSD를 사용해 2차 유통시장에서 대량의 FLEX를 구매하고 현물가격을 헤지하기 위해 숏오더를 오픈했다. 하지만 이 숏 포지션의 상대는 사실 로저 버였다.

이는 로저 버가 보증금을 갚지 않으면 코인플렉스의 포지션은 절대 수익이 날 수 없다는 뜻이고, 이는 대량의 플렉스(FLEX) 현물 롱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그래서 출금 제안 공지가 나왔을 때 코인플렉스의 총 자금이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됐다.

“FLEX 가격이 하락하자 로저 버의 포지션에 손실 증가 → 로저 버의 손실 증가하자 갚지 않으 보증금 채무 증가 → 보증금 채무 증가하자 코인플렉스 유동성 위기 발생 → 유동성 위기 발생하자 FLEX 토큰 가격이 공황 수준으로 폭락”

결국 로저 버의 포지션은 완전히 ‘0’이 되었고 마이너스 자산이 되었다. 코인플렉스는 ‘0’이 되어버린 FLEX 토큰 더미를 보유하게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코인플렉스의 실질 손실액은 1억 2000만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는 스테이블 코인 FlexUSD의 디앵커링(de-anchoring)으로 인한 손실과 SmartBCH 크로스체인 브리지(코인플렉스가 만든 크로스체인 브릿지) 붕괴로 인해 인출 불가능해진 자금 손실(1,000만 달러 미만) 등이 포함된다.

# “문제의 원인, 양쪽 모두에게 있다”
분명 1억 2천만 달러 전부를 로저 버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적어도 FlexUSD의 디앵커링으로 인한 손실은 코이플렉스가 책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코인플렉스가 로저 버에게 FLEX의 숏 포지션을 열어준 것은 자발적으로 한 것이고 로저 버는 유동성만 제공했을 뿐이다. 로저 버에게 돌아갈 손실은 약 9,000만 달러로 드러나는데 이보다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에 정통한 소식통은 당시 로저 버에게 사건의 이유와 계획을 물었다. 로저 버는 자신이 보증금 채무 지급을 불이행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수중에 충분한 자금이 없기 때문에 주식(블롯체인닷컴이나 크라켄 등의 기업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이 협상을 벌이던 중 코인플렉스 CEO 마크 램이 CNBC에 이 문제를 공개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 모든 것의 근원에는 로저 버의 계약 위반 뿐만 아니라 코인플렉스의 리스크 인식 부족이 자리잡고 있다. 로저 버는 이 거래소의 거의 유일한 거래 상대방이었고, 이 유일한 거래 상대방은 제때 보증금을 충당하지 않아도 되는 특권까지 가지고 있었다. 양측 모두 책임이 있지만, 정작 아무 이유 없이 연루된 사용자들은 지금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출금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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