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뉴욕 외환시장에서 26일(현지시각) 미국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일제히 하락하며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DXY)는 전일 대비 0.39% 내린 96.713을 기록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97선을 하회했고, 이는 최근 이틀간 가장 큰 낙폭 중 하나로 집계됐다.
특히 일본 엔화는 강한 반등세를 보이며 달러/엔 환율을 154.15엔까지 끌어내렸고, 이는 이틀간 약 3%에 달하는 하락폭으로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관세 쇼크 이후 최대 낙폭이다. 투자자들은 미·일 간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달러에 대한 포지션 축소를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에 충격을 준 결정적 계기는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발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전일 “투기적 시장 움직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아쓰시 미무라 일본 재무성 외환담당관도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며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맞물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주요 딜러들과 달러/엔 환율에 대한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식적인 개입 전 단계로 해석됐다. 시장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일본과의 공동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숏 포지션 환매가 집중됐다.
도미닉 버닝 노무라증권 G10 FX 전략 헤드는 “일본 재무성과 미국 재무부가 동시에 상단 제한 의지를 보인다면, 시장에 훨씬 강한 개입 신호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달러 약세는 엔화 개입 이슈 외에도 미국 내부 정치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블랙록의 릭 리더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파생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총 50bp(0.5%)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오는 30일까지 셧다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국토안보부 예산이 포함된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최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이민단속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와 정치적 혼란도 달러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 인사 교체와 셧다운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정책 신뢰에 대한 불안이 달러 약세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매도세는 유로화와 파운드화, 호주달러 등 비달러 주요 통화에 대한 강세로 이어졌다. 유로/달러는 0.45% 상승한 1.18585달러, 파운드/달러는 0.33% 오른 1.3691달러를 기록했다. 호주달러는 0.34% 상승하며 2024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0.6931달러를 터치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Sell America Trade’가 재개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 리서치 업체 Variant Perception의 조너선 피터슨 전략가는 “정부 셧다운 리스크와 정치적 혼란이 맞물리면서, 미국 자산에 대한 회의가 단기적으로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개입 시그널은 2022년이나 2024년보다 강하며, 미국이 공조할 경우 공식 개입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직접 개입의 효과는 일시적인 경우가 많으며, 현재처럼 거시적 환경이 달러 약세를 정당화할 때는 반등도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국가이며, 최근 시장 금리 급등으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다음달 8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감세 공약’을 내건 점도 외환시장에 추가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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