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현행 제도·정의 체계와 규제 강도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거래소의 시장 지위가 여전히 IT 플랫폼과 금융 중개업자의 결합 모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증권거래소에 준하는 소유 규제를 적용하려면 거래소의 역할과 공공성에 대한 법적 정의와 위상 정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법적 위상과 디지털자산의 성격에 대한 정리 없이 규제 강도부터 높이는 방식이, 정책 신뢰도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국회를 방문해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 당국은 이 같은 규제를 통해 거래소의 지배구조를 분산하고, 소유 구조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디지털자산 기본법 조율안을 통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1100만명이 이용하는 거래소는 유통의 핵심 인프라인데도, 여전히 소수의 창업자와 주주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수수료 등 운용 수익이 특정 주주에게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단기간에 급격한 팽창해 왔다. 최근 코스피 5000시대를 맞아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 금액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지난 2024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디지털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수세가 몰려 거래대금이 급증했다.
특히 디지털자산 거래소 가운데서도 소수의 원화 거래소에 이용자가 집중되면서, 당국은 지배구조와 시장 질서 전반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아닌 ‘IT 플랫폼’인데… 증권사급 규제 들이대는 당국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증권거래소 수준의 지분 제한을 적용하려면 거래소의 법적 위상 재정립과 함께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이용자 자산의 수탁과 매매 체결, 시장 질서 유지 책임을 부담하는 가상자산사업자로 규정된다.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별도의 인가·허가를 받은 ‘금융회사’나,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업자’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법적으로 금융회사로서 공적 시장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증권거래소에 준하는 소유 규제를 곧바로 적용하는 데에는 제도적 정합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강련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한국거래소나 넥스트레이드는 증권사들의 거래를 연결하는 공적 시장 인프라로서 기능하는 반면,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거래소 기능과 함께 증권사의 중개 기능까지 통합 수행한다”며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한국 거래소에 적용되는 규율을 그대로 가져와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한국 거래소는 증권사와 시장 운영 주체가 분리돼 있어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소유 규제가 필요하지만,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법적 성격과 리스크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미 사업을 영위 중인 기업에 사후적으로 지분 구조 변경을 강제할 경우, 막대한 비용과 함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성 강화라면 공공 거래소를… 민간 지배구조 개입 근거 부족”
거래 대상인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대주주 지분 제한을 곧바로 입법화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디지털자산은 현행 제도상 원칙적으로 증권이 아닌 자산으로 분류되고 개별 자산의 실질에 따라 예외적으로만 증권성을 판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처럼 거래 대상 자체가 증권인지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소에 증권거래소 수준의 소유 규제를 먼저 적용하는 것은 규제 근거와 적용 대상 간 괴리를 키울 수 있다.
특히 지분 제한 규제는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방식으로, 오히려 역차별 우려가 존재한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재무건전성,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지분율 상한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사례는 드물다.
강 변호사는 “해외는 국내와 달리 거래소 수가 많고, 증권거래소 역시 경쟁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민간 사업자에게까지 일률적인 지분 제한을 두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면 차라리 정부가 공공 디지털자산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