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26일(현지시각) 뉴욕 금시장에서 금 가격이 온스당 5100달러를 돌파하며 또 한 번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트레이딩뷰 기준 CFD 금 현물가는 전일 대비 1.17% 오른 5046.73달러에 거래됐고, 장중에는 5110.50달러까지 치솟으며 단기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 선물 2월물도 2.1% 상승한 5082.50달러에 마감되며 강세 흐름을 확정했다.
이번 금값 급등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복합적 증폭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최근 연준 파월 의장에 대한 법무부 수사 착수설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금으로 향했다.
아드리안 애쉬 불리언볼트 리서치헤드는 “올해 귀금속 시장의 주요 변수는 ‘트럼프와 트럼프’다”라며, 정치 리스크가 금 수요를 자극하는 핵심 동인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도 급증하고 있다. 라이언 맥킨타이어 스프랏(Sprott Inc.) 사장은 “외환보유고 다변화와 달러 의존도 축소를 위해 중앙은행들이 금 매수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물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도 전년 대비 20% 증가하며 기관 수요까지 더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신뢰(debasement) 트레이드’로 규정했다. 정부의 통화 신뢰가 훼손되는 상황에서 금이 대체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재정 부실을 견딜 수 있는 실물자산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17.4% 상승했으며, 지난해는 연간 64% 상승이라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 가격이 최대 57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소시에테제네랄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말까지 6000달러 돌파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은 가격도 급등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17.69달러를 돌파했으며, 백금과 팔라듐 가격도 각각 2900달러, 2100달러를 상회하는 등 귀금속 전반의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다니엘 갈리 TD증권 전략가는 “이번 금 랠리는 단순한 물가 헤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질 경우 금 가격의 추가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정책 방향성, 글로벌 통화당국의 대응, 정치적 불확실성의 전개 양상이 모두 금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