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회 놓치지 말라" 코인베이스 CEO 비판
암스트롱, "제대로 만들라" 암호화폐 업계 강경론
중간선거 민주당 승리 우려, "일단 출발하자" 의견도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암스트롱이 너무 나갔다. 일단 법을 만들고 고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미국의 디지털자산 입법 지연을 놓고,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암스트롱은 워싱턴 정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디지털자산법)에 대해 이런 식이면 차라리 만들지 말라는 취지로 강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암스트롱의 반발에 대해 패트릭 위트 백악관 디지털자산 고문 간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미국 디지털자산 업계는 ‘속도감 있는 입법’과 ‘완성도 높은 입법’ 사이의 딜레마 상황에 처해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법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실한 입법을 밀어부치면 기존 금융업계만 이득을 볼 수 있다.
암스트롱의 비판과 백악관의 경고 “지금 기회를 놓치지 말라”
공화당이 주도한 클래리티법에 대해 암스트롱이 반발하면서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의 법안 심사(markup)가 지연되자, 백악관 디지털자산 고문 패트릭 위트(Patrick Witt)는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암스트롱은 “나쁜 법안보다는 법안이 없는 게 낫다(No bill is better than a bad bill)”고 주장하며 현재의 초안이 수정되어야 함을 피력했다.
위트 고문은 X를 통해 “클래리티법의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민주당이 주도할 버전은 훨씬 더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얻은 친(親) 가상자산 행정부라는 특권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암스트롱의 태도가 정치적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백악관이 업계에 보낸 이례적인 질책으로, 현재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신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였다.
속도감 있는 처리, 규제 불확실성 해소 우선
백악관 고문의 비판에 동조하거나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원하는 측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규제 공백의 위험’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정치적 리스크와 시간 싸움에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 올해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으며, 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 구성이 가상자산 산업에 훨씬 덜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회복 중인 산업이 다시 위축될 수 있으므로, 현재의 유리한 정치 지형이 유지될 때 법적 명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확실성 고착화 우려
아르준 세티 크라켄(Kraken) CEO는 법안 논의에서 발을 빼는 것은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고착화하고 전 세계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미국 기업들만 모호함 속에 남겨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크라켄과 마이크 노보그라츠의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같은 기업들은 다소 양보하더라도 시장 구조 법안을 최대한 빨리 승인받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디파이(DeFi) 교육 펀드 측도 상원 은행위원회와 열심히 협력해왔다며 법안 지연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다. 속도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혁신성을 담은 완성도 높은 법안, 전통 금융 특혜 견제
반면, 암스트롱과 코인베이스 측은 현재 법안이 혁신을 저해하고 전통 금융권(TradFi)에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고 판단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현재의 법안은 전통 금융(TradFi)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암스트롱은 “전통 금융권에 주는 선물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쟁점은 은행들이 예금 이탈을 우려해, 거래소 등 제3자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 보상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혁신 보호와 소비자 혜택을 위해서 양보해서는 안 되는 것이 분명히 있다는 것.
은행들은 코인베이스 같은 기업이 이자를 지급하면 자금이 쏠려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업계는 이를 “은행이 경쟁자를 금지하려는 로비”라고 반박한다.
암스트롱은 이를 소비자를 위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규정하며, 나쁜 조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기전(Long Game) 전략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는 유리한 규칙을 지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코넬대학교 에스워 프라사드 교수는 업계가 향후 덜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되돌리기 힘들 만큼, 디지털자산을 금융 시스템에 유리하게 안착시키는 법안을 원하기 때문에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DeFi 감시 및 SEC 권한도 쟁점
단순히 은행과의 갈등뿐만 아니라, 법안에는 탈중앙화금융(DeFi) 플랫폼에 대한 감시, 토큰화된 주식에 대한 제한, 그리고 일부 영역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업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미흡하더라도 지금 당장 규제의 명확성을 확보할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혁신을 가로막는 독소 조항을 제거한 완성도 높은 법을 만들 것인가” 싸움이다.
암스트롱의 강수로 인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상반기 내 법안 통과 확률을 기존 70%에서 60%로 낮췄으며, 2월 내에 진전이 없으면 확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