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뉴욕 금 가격이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장중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지정학적 긴장이 일부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와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요가 유지되면서 금으로의 자금 유입이 오히려 가속되는 모습이다.
23일 오전(한국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연속계약 기준)은 온스당 4942.7달러에 거래되며 전일 대비 105.2달러(2.17%) 급등했다. 장중 흐름만 놓고 보면 금 가격은 4940달러 선을 안정적으로 상회하며 사상 최고권에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22일(현지시각) 종가 기준으로도 금 선물은 온스당 4908.80달러에 마감하며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현물 금 가격 역시 같은 날 4920달러 선을 돌파하며 강한 동조 흐름을 보였다. 이달 초 대비 금 가격은 약 13% 이상 상승했으며, 연초 이후 기준으로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금 가격 강세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거시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헤드라인과 근원 지표 모두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였고, 동시에 미국의 성장 지표는 여전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이를 ‘성장은 유지되지만 정책 방향성은 불확실한 상태’로 해석하며 금에 대한 헤지 수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정치·외교 리스크가 일부 완화됐음에도 금 가격이 오히려 가속 상승한 점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럽 동맹국에 대한 관세 위협을 철회하고,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확보할 의사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 수요를 진정시키는 재료였지만, 시장은 이를 완전한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덴마크와 유럽의 반응 역시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에 대한 협의는 가능하지만 영토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유럽 내부에서도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둘러싼 경계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금 가격은 이달 2일 기록한 저점(4,314달러대) 대비 이미 600달러 이상 상승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4,800달러 초반에 머물던 가격은 사흘 만에 300달러 이상 뛰며 단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제기되지만, 시장 전반에서는 이번 금 강세를 정책 사이클 전환 국면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흐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앙은행과 민간 부문의 금 수요가 동시에 강한 환경에서는 금이 단기 조정을 거치더라도 장기 수요 기반은 훼손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시타델과 브리지워터 등 글로벌 헤지펀드들도 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금 시장을 둘러싼 강세 전망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