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현재 에디터] 2025년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igital Asset Treasury·DAT)는 글로벌 기업 재무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 엑스알피(XRP) 등 주요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을 회계 자산으로 편입하는 흐름이 확산하자, DAT는 더 이상 실험적 시도가 아니게 됐다.
특히 2025년 본격화된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의 ‘공정가치 회계(Fair Value Accounting)’ 적용이 기폭제가 됐다. 자산 가격 상승분이 분기 실적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기업들은 디지털자산을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실적 부양의 핵심 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DAT 기업들은 디지털자산에 △레버리지 △스테이킹 △검증자 노드 운영 △토큰화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자산 운용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연말 조정장에서 드러난 레버리지 리스크와 프리미엄 붕괴는 2026년 생존 조건이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 재무 전략으로 부상
제일 먼저 비트코인 매입 전략을 앞세운 스트래티지(MSTR)의 사례는 일본 메타플래닛, 미국 FG 넥서스, 캐나다 솔 스트래티지스 등으로 확산했다. 이들 기업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엑스알피(XRP) 등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DAT 모델을 구축했다. 희소성을 활용한 비트코인, 스테이킹 수익을 내는 이더리움과 솔라나, 규제 장벽을 넘은 리플 생태계까지 디지털자산은 기업 자산 구성에서 독립된 자산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트코인 중심 DAT 모델은 여전히 시장의 기준점으로 기능한다. 스트래티지는 2025년에도 비트코인 매입 기조를 유지하며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디지털 자본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바꿨다. 2025년12월11일 기준 비트코인 보유량은 66만624BTC로 비트코인 총 발행량 2100만개의 약 3.1%에 해당한다. 평균 매입 단가는 7만4696달러, 누적 투자액은 약 493억5000만(약 71조5575억원)달러다.
회사는 고평가된 자사 주식과 전환사채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 뒤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하는 이른바 지능형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했다. 2025년 12월 첫째 주에는 1만624개의 비트코인을 1개당 평균 9만615달러에 사들였다. 매입에 쓴 자금 9억6270만달러(약 1조3959억원) 중 9억2810만달러(약 1조3457억원)를 주식 발행으로 조달했다.
스트래티지가 2025년에 새로 제시한 지표는 비트코인 수익률(BTC Yield)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무관하게 주식 추가 발행에 따른 희석을 감안한 뒤 1주당 비트코인 함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측정하는 개념이다.
마이클 세일러 회장은 2025년 연초 대비 비트코인 수익률이 24.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할 때보다 스트래티지 주식을 통해 더 많은 비트코인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1분기 목표를 15%에서 25%로 높이고 2분기에는 30%로 상향하며 비트코인 자산 확대 전략을 강화했다.

하반기 조정장에서 레버리지 리스크도 드러났다. 비트코인 가격이 11만1000달러에서 8만달러대로 떨어지자 회사는 12월 미화 14억4000만달러(약 2조880억원) 규모 달러 준비금을 쌓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21~24개월 동안 발생할 전환사채 이자와 배당 재원을 확보해 비트코인을 강제로 매도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퐁 리 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순자산가치 대비 시가총액 비율(mNAV)이 1.0 아래로 내려가고 다른 조달 수단이 막힐 때에만 비트코인 매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메타플래닛은 엔화 약세와 초저금리 환경을 활용해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구축했다. 여기에 일본 당국이 법인이 보유한 디지털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세제 개편이 맞물리며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거시경제 환경과 정책적 수혜를 동시에 노린 셈이다.
2025년 호텔 운영사에서 비트코인 DAT 기업으로 전환한 메타플래닛은 약세 통화인 엔화를 0.1~0.5% 수준의 낮은 비용으로 조달해 강세 자산인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2027년까지 비트코인 21만개를 확보하겠다는 ‘555 밀리언 플랜’을 내놓았고, 최근 기준 보유량은 3만823BTC로 아시아 기업 중 가장 많다. 자금 조달에는 제19회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다양한 채권을 활용했고 상당수는 이자율 0% 제로 쿠폰 형태로 발행해 이자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을 찍은 2025년 중반 이후에도 매입을 이어가면서 평균 매입 단가는 10만8000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가격이 9만2000달러대로 하락하자 약 6억달러(약 8700억원) 규모였던 미실현 이익은 5억3000만달러(약 7685억원) 미실현 손실로 바뀌었다. 주가도 고점 대비 80% 이상 떨어졌고 순자산가치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1.06배로 낮아졌다. 하락장에서 DAT 기업에 대한 프리미엄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그럼에도 메타플래닛은 10월 말 보유 비트코인을 담보로 1억달러(약 1450억원) 대출을 일으켜 추가 매수에 나섰다.
이더리움·솔라나, DAT 모델별 진화
이더리움 기반 DAT 기업은 희소성보다 생산성에 주목했다.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전환 이후 보유만으로 스테이킹 보상이 발생해 기업 재무 구조에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기능한다.
재보험과 금융 서비스를 영위하던 FG 넥서스는 2025년 이더리움 기반 DAT 기업으로 전환했다. 회사는 지난 7월 2억달러(약 2900억원) 규모 사모 투자를 유치하며 이더리움 트레저리 전략을 본격화했다. 카일 세르미나라 최고경영자와 디지털자산 부문 최고경영자 마야 부지노비치는 이더리움을 디지털 금융의 결제 레이어로 규정했다.
FG 넥서스는 2025년9월 기준 5만770ETH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매입 단가는 3860달러다. 회사는 보유 이더리움을 적극적으로 스테이킹해 연 3~4% 수준의 추가 수익을 확보했다. 이 수익은 자산 보유 비용을 상쇄하고 주가 하락 시 방어 역할을 하는 현금 흐름으로 작용했다.
FG 넥서스는 증권 토큰화 실험과 더불어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유연한 자본 배분 전략을 선보였다. 디지털자산 증권 플랫폼 시큐리타이즈와 협력해 보통주와 우선주를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토큰화하며 24시간 거래와 자동화된 배당 구조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산 운용의 유연성이다. 지난달 주가가 순자산가치(NAV) 대비 저평가 구간에 진입하자, 회사는 보유 트레저리를 전략적으로 리밸런싱해 약 3억2700만달러(약 4741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재원을 마련했다. 이는 ‘무조건적인 보유(HODL·호들)’를 고수하는 스트래티지와 다르다. 트레저리 자산을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주주 환원과 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실용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솔라나 진영에서는 ‘DAT++’ 모델이 등장했다. 보유하고 있는 솔라나를 활용해 검증자 노드를 직접 운영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캐나다 증시와 나스닥에 상장된 솔 스트래티지스는 솔라나 기반 DAT++ 모델을 가장 앞서 구현한 사례다. 회사는 오렌지핀이라는 자체 검증자 노드를 운영하며 보유 자산 스테이킹과 검증자 수수료라는 이원적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솔 스트래티지는 52만6637SOL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치 규모는 약 1억300만캐나다달러(약 105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제3자 투자자가 위임한 약 310만SOL을 바탕으로 검증자 수수료도 확보한다. 회사는 이 구조를 통해 단순 보유 대비 약 두 배 수준인 연 16% 유기적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초과 수익의 핵심은 ‘최대 추출 가치(MEV)’에 있다. 직접 노드를 운영하며 블록 생성 순서를 최적화해 얻는 MEV 수익을 더했기에, 단순 위임이나 보유로는 얻을 수 없는 ‘알파(Alpha)’ 수익 창출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2025년 3분기에는 약 80만달러(약 11억 6000만원) 조정 에빗다(EBITDA·세전 이자 지급전 이익)를 기록해 DAT 모델이 흑자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 11월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선보인 솔라나 ETF의 스테이킹 제공업체로 선정되며 기관 인프라 파트너로도 자리매김했다. SOC 2 인증까지 완료해 규제 준수 역량도 갖췄다는 평가다.
리플·XRP, 제도권 자금과의 연결고리
엑스알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 이슈로 오랜 기간 기관 포트폴리오에서 배제돼 왔다. 2025년 등장한 에버노스는 이 흐름을 바꾸는 제도권 트레저리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에버노스 홀딩스는 나스닥 상장 기업인 아르마다 애퀴지션 컴퍼니 II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을 추진 중이다. 상장 이후 티커명은 XRPN으로 예정됐다. 일본 SBI 홀딩스는 2억달러(약 2900억원)를 투자했고 리플 랩스와 판테라 캐피털, 크라켄 등이 참여해 총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 이상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에버노스는 단순 ETF와 다른 액티브 트레저리 전략을 내세운다. 확보한 엑스알피를 금고에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관 대출과 유동성 공급, 리플 스테이블코인 RLUSD를 활용한 디파이 참여 등을 통해 주당 엑스알피 가치를 높이는 구조다.
2025년 11월 기준 4억7300만XRP 이상을 매입하거나 확보해 시장에서 대규모 매수자로 부상했다. SBI 홀딩스는 에버노스 투자를 통해 일본 내 엑스알피 기반 송금망인 SBI 리밋과 글로벌 기관 자금을 연결하는 교두보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에버노스는 리플 생태계가 나스닥 등 제도권 금융 시장으로 확장되는 통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2026년 전망 운용 역량이 성패 가른다
2025년은 기업이 디지털자산을 대차대조표에 편입하는 전략이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재무 옵션임을 보여준 시기다. 비트코인 중심 기업인 스트래티지와 메타플래닛은 희소성 경쟁을 이어가며 주식 시장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다만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후발 DAT 기업에 대해서는 2026년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더리움과 솔라나 기반 기업은 생산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테이킹 수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창출하고 검증 인프라를 활용해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DAT++ 모델은 전통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에 간접 투자할 때 선호할 수 있는 구조로 부상하고 있다. 리플 생태계에서는 에버노스가 제도화 흐름을 이끌고 있다. ETF 승인 이전 단계에서 기관 자금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엑스알피 레저 기반 금융 상품으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
앞으로 DAT 기업 평가는 단순 디지털자산 보유량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보유 자산을 어떻게 운용해 수익과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느냐가 주가 프리미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6년에는 디지털 금고 역할을 넘어 적극적으로 디지털자산의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DAT 기업만이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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