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테라(Terra)와 쓰리 애로우 캐피털(3AC) 등 대형 암호화폐의 붕괴 사건은 싱가포르와 많은 관련이 있다. 세계적인 금융 강국 싱가포르는 디지털 자산 회사를 빨아들이고 있지만, 당국의 규제 감독이 강화되면서 ‘암호화폐 천국(Crypto paradise)’이라는 명성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가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즈(FT)는 “크립토 파라다이스 싱가포르가 세간의 이목을 끄는 붕괴에 휩싸였다”는 제목을 기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자세히 다뤘다. 다음은 주요 내용.

# 싱가포르에 등록된 암호화폐 기업 잇따른 붕괴로 타격
현재는 사라진 암호화폐 운영업체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의 공동 설립자 권도형에 대한 국제적 추적이 시작되면서 싱가포르에 시선이 쏠렸다. 이 나라와 연결된 여러 디지털 자산 펀드가 파산하면서 싱가포르의 명성도 타격을 입었다.

권도형의 회사는 싱가포르에 등록되어 있고 한국 검찰은 그가 지난 4월 싱가포르로 떠났다고 보고 있다. 권도형 본인도 10월 3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싱가포르에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경찰은 권도형이 현지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비단 암호화폐와 관련된 논란에만 있지 않다. 최근 싱가포르는 디지털 자산 친화적인 도시라는 지위를 두고 두바이, 취리히와 경쟁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경영진과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관리들이 안정성, 건전한 규제와 세금 우대 등의 측면에서 암호화폐 기업과 투자자에게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점점 더 많은 스캔들과 사건이 싱가포르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고 지적한다.

싱가포르국립대 법학 교수인 켈빈 로우(Kelvin Low)는 “지난 6개월 동안 손상된 평판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크며, 회사 하나가 잘못될 때마다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대규모 암호화폐의 붕괴 사태는 전 세계 디지털 자산 회사를 끌어들인 싱가포르에 쏠려 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형중 교수는 “암호화폐 투자에 관한한 싱가포르의 규제 환경은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다. 암호화폐 플레이어는 규제가 투명하고 투자자 자금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지난 6월 파산한 암호화폐 헤지펀드 쓰리 애로우 캐피털(Three Arrows Capital)은 싱가포르에 등록된 펀드 매니징 회사로 출발했다. 그러다 이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로 법인을 이전했다. 공동 설립자 주쑤와 카일 데이비스는 쓰리애로우가 파산한 뒤에도 자신들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규제 기관은 쓰리애로우가 허위 정보를 제공했고 허용된 자산 관리 규모를 벗어났다고 비판하면서 추가적인 위법 행위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원칙적으로 승인한 암호화폐 대출 기관인 호들넛(Hodlnaut)은 올해 초 인출을 중단하고 대부분의 직원을 해고했다. 지난 8월부터는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싱가포르 경찰은 호들넛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찰은 투자자들의 고소에도 테라(UST)의 붕괴 사태를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에 대한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 MAS “법에 따라 허가 받지 않은 기업…관할 범위 밖에 있다”
MAS는 “곤경에 처한 이들 회사 어느 곳도 지불 서비스법(Payment Services Act)에 따라 MAS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암호화폐 기업) 해당 업체들은 관할권 범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MAS는 “쓰리 애로우 캐피털은 파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자금 관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호들넛은 이미 라이선스 신청을 철회했기 때문에 “서비스 일시 중단이 싱가포르 법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MAS는 “다른 모든 관할 지역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도 모든 암호화폐 관련 활동이 규제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싱가포르는 부단히 발전된 규제 접근 방식으로 디지털 자산 위험 관리에 가장 포괄적인 국가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업계에 위기가 닥쳐옴에 따라 싱가포르의 규제 기관은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고, 관리들은 업계의 악의적인 행동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기가 디지털 자산 산업을 휩쓸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도 싱가포르의 처벌이나 조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한 암호화폐 기업 임원은 “(싱가포르는) 언행 불일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싱가포르가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로 보이려는 노력과 ‘신흥 산업의 혁신 허브로 스스로를 선전하려는 노력’ 사이의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는 사이 업계에는 점점 더 나쁜 플레이어가 출현하고 있다는 것.

지난 8월 MAS의 라비 메논(Ravi Menon) 이사는 “사건들과 거리를 두면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조치의 대부분이 암호화폐 광고 금지와 같은 예방성 조치에 불과하고 법률적 조치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관리들의 태도 변화는 싱가포르에서 운영중인 암호화폐 기업들이 계속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불러 오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 CEO 창펑자오는 2021년 한해 대부분을 싱가포르에 머물렀지만 이곳을 바이낸스의 허브로 삼으려는 계획은 포기했다. 바이낸스는 작년에 MAS의 투자자 경고 리스트에도 올랐다.

바이낸스 아시아 책임자인 글렙 코스타레프(Gleb Kostarev)는 “싱가포르는 우리의 중점이 아니다. 이는 규제에 따른 문제다. 과거 싱가포르는 암호화폐 천국 같았다…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 “싱가포르를 비난 하는 건 불공평” 지적도
하지만 싱가포르의 암호화폐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옹호하면서 싱가포르를 비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한 소식통은 이렇게 말한다. “규제 기관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많은 경우 암호화폐 시장 참가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이야말로 더욱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로펌 베이커호스테틀러(BakerHostetler)의 파트너 변호사 테레사 구디 귈렌(Teresa Goody Guillén)은 “권도형에게 인터폴의 적색수배가 내려졌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싱가포르에 설립돼 운영중인 기업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산업이 범죄 활동, 사기 등의 혐의를 조사하는 법 집행 기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기업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회사인 체인업(ChainUp)은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확장중이라고 밝혔다. 2019년 이 스타트업은 본사를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체인업 CEO인 세일러 종(Sailor Zhong)은 “(싱가포르) 규제당국의 접근방식을 잘 안다. 어떤 나라도 모든 악당을 잡을 수는 없다. 싱가포르 정부도 해외 비즈니스 기업에 대해 법적 행동을 하는 데 제약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옹호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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