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새해 들어서도 귀금속 랠리가 불을 뿜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귀금속이 주도하는 거대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23일(현지시각) 뉴욕시장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50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은 가격 역시 역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폭등세를 연출했다.
전통적 안전자산이 기록적인 랠리를 펼치는 가운데,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가격 흐름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리 인하와 ‘화폐 가치 불신’이 쏘아 올린 귀금속 랠리
이번 상승장의 가장 큰 동력은 단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달러화 가치에 대한 우려다. 다음주 연준은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은 그 어느때 보다 거세다.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금의 보유 비용(기회비용)이 줄어들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통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거래)’가 불을 지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 그리고 미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가 겹치면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가치 저장 수단인 금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금의 랠리는 ‘신뢰’에 관한 문제”라며 “현재 신뢰가 흔들리고 있고, 만약 무너진다면 상승 모멘텀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서방과의 관계가 불편한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금 매입을 지속한 점도 가격을 떠받치는 강력한 지지대가 되었다.
은값도 100달러 돌파… 유동성 확산의 신호탄
주목할 점은 금의 독주에 이어 은 가격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은 금과 가격이 연동되는 특성이 강한데, 금 가격 급등에 따른 투자 수요 유입과 산업용 수요 증가,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맞물려 시세가 분출했다.
전문가들은 은의 뒤늦은 폭등을 유동성 확산의 신호로 해석했다. 금에 집중되었던 매수세가 가격 부담을 느끼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체 자산으로 옮겨붙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다른 대체 자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금 대비 비트코인 가치
귀금속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상대적인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 1온스 가격 대비 비트코인 가격을 나타내는 ‘BTC/XAU 비율’은 약 17.9 수준까지 하락했다.

과거 비트코인 강세장이나 2024~2025년 고점 당시 이 비율이 30~40배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비트코인은 금 대비 역사적인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금이 2024년 27%, 2025년 6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비트코인은 그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격차가 벌어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비트코인, 기술주 동조화 끊고 ‘신뢰의 피난처’ 입증해야
시장 분석가들은 향후 비트코인이 금과의 괴리율을 좁히는 ‘키 맞추기(Catch-up)’ 반등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금값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인 ‘유동성 공급(금리 인하)’과 ‘법정화폐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비트코인 상승의 주요 논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은이 금의 상승분을 뒤따라 반영했듯, 비트코인 역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
다만, 비트코인이 진정한 ‘디지털 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최근 투자자들은 고평가 논란이 있는 주식 시장, 특히 ‘매그니피센트 7’과 같은 기술주에서 자금을 빼 금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만약 비트코인이 여전히 기술주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입지 못할 수 있다.
결국 향후 비트코인의 반등 여부는 ‘신뢰의 대안’으로서 금의 지위를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거시경제 환경이 우호적인 만큼, 비트코인이 기술주와의 동조화를 끊어내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내러티브를 회복한다면, 현재의 낮은 BTC/XAU 비율은 매력적인 반등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