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물명가 구룡포, 서울서는 보기드문
바다향 그윽한 청어 과메기 맛집
계절 요리만큼 기본 요리도 탄탄
[블록미디어 권은중 기자] 과메기는 겨울이 제철이다. 특히 요즘처럼 전국의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북서풍이 매서운 1월에 먹어야 제맛이다. 과메기는 꽁치나 청어같은 등푸른 생선을 바닷바람에 말려서 먹던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다. 예전에는 청어 과메기가 주였지만 1950년대부터 청어가 잡히지 않아 꽁치로 바뀌었다. 지금은 시중 유통되는 과메기의 90% 이상이 꽁치 과메기다.
‘과메기’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경북 동해 지역에서 생선을 말릴 때, 싸리나무 가지로 생선의 눈을 꿰어 말렸다고 해서 뚫을 ‘관’자에 눈 ‘목’자를 써서 관목(貫目)어라고 부른 데서 기원한다. 관목어가 과메기로 부드럽게 발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 어르신들은 아직 과메기를 ‘관메기’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다. 당연히 민물고기인 메기랑은 전혀 상관이 없다.
구룡포 과메기, 더 맛난 까닭은
조선시대부터 과메기는 포항 구룡포를 으뜸으로 쳤다. 말린 문어와 함께 청어 과메기는 포항의 옛이름인 영일현의 유이한 진상품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정조대왕 때 영일현의 진상품으로 청어 관목어가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구룡포가 이처럼 과메기가 유명한 이유는 이 지역의 지리적 특징 덕분이다. 구룡포는 북서쪽에 영일만이 있다. 북서쪽에는 영일만이, 북동쪽과 동쪽에는 동해를 끼고 있다. 염분과 수분을 머금은 바닷바람이 입체적으로 부는 것이다. 그래서 청어나 꽁치의 살이 30%의 수분을 포함해서 부드럽게 마른다. 과메기는 꼬들한 것보다는 부드럽게 말랑한 걸 상품으로 친다.
물론 지금은 절반 이상이 HACCP 인증을 받은 실내 공장에서 말린다. 공장 생산 과메기는 균일한 품질의 과메기를 빠르고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미식가들은 햇빛에 3~4일 말려 빨간색이 약간 올라온 천연 건조 과메기를 최상품으로 친다. 옛날 사람들과 똑같은 걸 먹는다는 자부심일 것이다. 현지인들은 꽁치나 청어를 굴비처럼 배를 가르지 않고 통으로 말린 통과메기를 특등품으로 쳐준다.
통과메기는 짚에 싼 생선을 햇빛에 보름 정도 말리는데 내장까지 마르면서 독특한 풍미가 있다고 한다. 통과메기는 나도 아직 못 먹어봤다. 포항사람들은 청어 통과메기에서는 소고기 맛이 난다고 말한다. 내장까지 함께 건조시켜 독특한 향이 나는 덕분이다. 생선계 드라이 에이징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소고기 드라이 에이징보다는 돼지고기 드라이 에이징을 좋아하는데 청어 통과메기의 향과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메기 자체의 맛보다는 곁들여 나오는 해초와 채소가 주는 복합적인 맛을 즐긴다. 물미역, 다시마, 꼬시래기, 김과 싸서 과메기를 입안에 넣으면 바닷향이 한가득 밀려든다. 여기에 생마늘, 쪽파, 마늘쫑, 청양고추가 주는 양념의 맛도 풍성하다. “바닷가 가난한 사람이 산골 부자보다 잘 먹는다”는 속담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게다가 과메기는 영양도 완벽하다. 과메기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인 생선기름을 익히지 않고 자연 그대로 섭취하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제로다. 고단백 저탄수화물인데다가 혈관에 좋은 오메가3를 함유하고 있다. 거기에 해초와 채소를 함께 먹으니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바다향 가득한 청어 과메기, 초장이 제격
그런데 청어 과메기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청어 과메기는 이런 풍성한 채소 대신 고추장에 생마늘과 먹는 게 베스트다. 청어는 원물이 꽁치보다 훨씬 크고 두툼하다. 그래서 말리는 기간이 길고 수분함량이 많다. 그래서 청어 과메기는 살이 말캉하고 씹으면 바다향이 올라온다. 고소한 맛으로 먹는 꽁치 과메기보다 맛이 좀더 깊다.
요즘은 서울에서도 청어 과메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제법 생겼다. 음식의 스토리를 파고드는 사람들이 많아진 덕이다. 뭘 하나 먹더라도 더 원전에 가깝게 더 전통에 가깝게 먹으려는 음식 호사가들이 생긴 것이다. 그런 마니아들에게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구룡포 해물명가는 참 반가운 집이다. 청어 과메기를 내주기 때문이다.
이 집은 오후 해질녘쯤 가보면 과메기를 손질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매일 과메기의 비린 향을 유발하는 껍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껍질은 나중에 기름에 튀겨서 서비스로 제공한다. 껍질 튀김도 맛있지만 가게의 인심이 정겹다.
이 집 과메기는 모두 햇빛에 말린 걸 쓴다고 한다. 청어 과메기는 도톰해서 씹는 맛이 좋다. 그렇지만 기대했던 바다향은 좀 약하다. 비린내를 너무 잘 제거한 것 같다. 동해 푸른 바다향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초보자용처럼 느껴지지만 서울에서 장사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함께 주는 꽁치 과메기도 수준급이다. 고소해서 그냥 먹어도 맛있고 쌈을 싸서 먹어도 맛이 있다. 과메기살을 가위로 네모낳게 잘라서 주는데 손으로 길게 찢어서 줘도 좋을 것 같다.
조기 매운탕으로 식사를 했는데 매운탕도 맛있었다. 밑반찬도 정갈하고 김치는 집에 서 한 겉절이였다. 기본이 탄탄한 집이다. 한라산 21도를 팔아서 더 반가웠다. 과메기가 워낙 기름이 많으니까 속을 코팅해주는지 21도를 마셔도 전혀 취하지가 않았다. 과메기의 효용이다.
과메기뿐 아니라 다른 메뉴들도 맛이 좋으니 금세 자리가 차버린다. 나처럼 나이 든 손님들도 꽤 많지지만 젊은이들도 제법 있었다. 저런 20대들이 어떻게 이런 전통적인 맛집을 알고 찾아오는 걸까? 대견했다. 과메기 같은 전통음식이 가진 맛도 맛이지만 그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풍부한 이야기가 저런 푸릇한 젊은이들을 유혹한 게 아닐까 싶다.
■해물명가 구룡포 주소: 서울 영등포구 영신로54길 8-2(5호선 영등포시장역 1번출구에서 470m)
■메뉴: 꽁치+청어과메기(3만8000원), 청어과메기(3만8000원), 해물아구찜(소자 4만2000원), 조기매운탕(3만5000원)
*권은중 전문기자는 기자로 20여 년 일하다 50세에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의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에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 경향신문,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에 음식과 와인 칼럼을 써왔고, 관련 강연을 해왔다. 『와인은 참치마요』,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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