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양원모 기자] 비트코인 시장의 고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비트코인 초기 보유자 이른바 ‘사토시 고래’가 시장을 좌우하던 구도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기관투자자와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형 신규 고래’가 주도권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들 신규 세력 상당수가 현재 평가 손실 구간에 놓이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온체인 데이터 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1000BTC 이상을 보유한 신규 고래들은 현재 약 1300억달러(약 191조2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존 고래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1260억달러(약 185조3000억원)를 넘어선 수준이다.
대표적인 신규 고래로는 스트래티지, 트웬티원캐피털 등이 꼽힌다. 트웬티원캐피털은 비트코인 재무 데이터 플랫폼 비트코인트레저리스 기준 4만3514BTC를 보유 중이며, 평가액은 약 39억1000만달러(약 5조7500억원)다. 잭 말러스 트웬티원캐피털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2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순한 재무자산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다. 가능한 한 많은 비트코인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TF와 기업 매집, 전례 없는 자금 규모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역시 고래 지형 변화의 핵심 축이다. 현재 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돈으로 환산하면 1165억9000만달러(약 171조4000억원)로, 전체 비트코인 시가총액 약 1조8000억달러(약 2647조4000억원)의 6.5%에 달한다. 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이 비트코인 공급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신규 고래의 확대가 곧바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신규 고래들의 평균 매입 단가는 약 9만80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비트코인이 9만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는 현재 기준 약 60억달러 규모의 평가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손실이 특정 대형 투자자군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매도 압력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알렌 딩 비트파이어 리서치 총괄은 현재 시장을 세대 교체 국면으로 진단했다. 그는 “현재 시장은 칩 교환과 신뢰 시험이 동시에 벌어지는 구간”이라며 “단순한 롱과 숏의 싸움이 아니라, 단기 성향 신규 고래와 차익 실현 중인 기존 고래의 물량이 장기 전략 기관으로 이동하는 세대 교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딩 총괄은 “이 자금은 가격 변동에 둔감한 순수 장기 투자 성격을 지닌다”며 “공급 흡수와 재분배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비트코인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책 변수 속 단기 반등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변수는 단기 변동성을 자극하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유럽 8개국에 대해 예정됐던 관세 부과를 오는 2월 1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와의 회담을 언급하며 “그린란드와 북극권 전반에 대한 향후 협상 틀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 이후 비트코인은 뉴욕장 후반부에 8만7653달러에서 장중 9만240달러까지 약 3%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이상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됐다.
시장 변동성에 대해 일각에선 고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세력 다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규모 평가 손실을 감내하며 장기 보유를 선택한 세력과 가격 압박을 느끼는 일부 신규 고래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는 “기업과 기관 중심의 새로운 고래 세력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며 “이 구도가 정리되기 전까지 비트코인은 뚜렷한 방향성보다는 제한적인 범위 내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