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유럽연합(EU)이 암호화폐 믹서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비트코인 유동성 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 규제기관은 믹서를 ‘자금세탁 수단’으로 간주하고 고위험 주소로 분류하고 있으며,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는 해당 경로를 통한 입금을 차단하는 등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 일부 거래소에서는 코인조인(CoinJoin) 등 협업형 믹서 프로토콜을 이용한 주소에서 입금된 비트코인에 대해 ‘고위험 거래’로 분류해 동결하거나 거래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거래소 내부 알고리즘이 믹서 연동 여부를 자동 판별하는 방식으로, 정당한 목적의 거래까지 차단되는 ‘오탐지’ 문제도 지적된다.
EU는 자금세탁방지규정(AMLR)과 자금세탁방지기구(AMLA) 설립을 골자로 한 새로운 입법 체계를 마련해 중앙화 믹서를 명시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유로폴(Europol)과 유로저스트(Eurojust) 등이 연계해 서버 압수, 도메인 차단, 운영자 체포 등의 조치를 이어가고 있으며, 독일·네덜란드·프랑스 등 주요국은 사이버 범죄 전담 조직을 통해 단속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앙화 믹서는 서버 압수 시 즉시 작동이 중단되는 구조로, 지난 2019년 폐쇄된 ‘Bestmixer.io’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탈중앙화 믹서는 기술적으로 폐쇄가 어려워 거래소를 통한 간접 제재 방식이 활용된다. 유럽 내 라이선스를 보유한 거래소들은 믹서 연관 거래를 자동 차단하거나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와 TRM랩스 등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은 믹서 단속 이후 비트코인 유동성이 오히려 해외로 분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용자는 프라이버시 강화를 목적으로 모네로(XMR) 등 다른 코인으로 자산을 전환하거나, 아시아·라틴아메리카 등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지역으로 거래 경로를 이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정상적인 믹서 이용까지 제한을 받으면서 일부 이용자는 거래소 이용을 기피하거나 P2P 등 대체 경로를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U는 AMLA가 본격 가동되는 2026년부터 고위험 암호화폐 거래를 직접 감독할 계획이다. 각국 금융정보분석기구(FIU)와 연계해 믹서 연관 자금 흐름을 집중 추적하고, 통일된 감시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거래소 측의 자율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트코인 유동성의 ‘프라이버시 경로’가 점차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이 믹서 사용을 직접 금지하지 않더라도, 거래소 차단을 통해 사실상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간접 규제’가 정착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가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의 글로벌 유동성 분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유럽 내 비트코인 거래 환경은 투명성 강화와 함께 실명 기반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