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 못 쫓는 아날로그 저작권…80조 IP 시장, '전용 블록체인'으로 뚫는다"
'소버린 롤업'…초당 1기가가스 처리로 '마이크로 로열티' 실현
계약부터 정산까지 코드가 자동 집행… '오리진' 프로토콜의 혁신
[블록미디어 지승환 기자]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콘텐츠 생산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졌으나, 80조달러(약 11경7480조원) 규모의 전 세계 지적재산권(IP) 자산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갇혀 있다. 사람이 직접 서류를 검토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현재의 방식은 밀리초(ms) 단위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수천개의 파생 저작물을 재조합하는 AI 모델의 속도를 물리적으로 따라갈 수 없다. 이러한 속도의 불일치로 인해 AI 기업은 상시적인 저작권 침해 소송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창작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중개 플랫폼에 30~50%의 과도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캠프 네트워크(Camp Network)가 최근 독자적인 레이어1(L1) 아키텍처와 IP 프로토콜을 담은 기술 백서를 공개했다. 이번 백서는 80조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IP 시장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인프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고 있다.
백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왜 ‘블록체인’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왜 기존 이더리움이 아닌 ‘IP 전용 블록체인’이 필요한지에 대해 기술적 해법을 제시한다.
왜 ‘블록체인’이며, 왜 ‘범용 체인’은 대안이 될 수 없는가?
혹자는 IP 관리를 위해 정부나 빅테크가 관리하는 중앙 서버(DB)를 대안으로 거론한다. 하지만 캠프 네트워크의 백서는 중앙화된 시스템이 AI 시대의 IP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로 ‘투명성’과 ‘강제 집행력’의 부재를 지적한다.
블록체인이 필요한 이유…투명한 추적과 강제 집행
백서에 따르면 현재의 AI 모델은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문제를 보유하고 있다. 중앙 서버의 기록은 관리 주체에 의해 수정되거나 은폐될 수 있다. 반면 블록체인은 모든 데이터의 생성·파생·활용 경로를 위변조 불가능한 상태로 영구 기록한다. 이는 신뢰할 수 없는 중개자 없이도 데이터의 출처를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한다.
또 중요한 것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권리’다. 기존 시스템은 저작권 정보를 단순히 기록해두는 수준에 그쳐 권리를 능동적으로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정당한 저작권료를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송이나 복잡한 정산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는 조건이 충족되면 사람의 개입 없이 즉시, 강제로 자금을 집행한다. 저작권이 단순한 법적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자동 실행되는 코드가 되는 것이다.
범용 체인이 부적합한 이유…비용과 확장성의 딜레마
그렇다면 왜 이더리움(ETH) 등 범용 블록체인은 대안이 되지 않는가? 백서는 범용 체인이 IP 트랜잭션을 처리하기에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부적합하다고 분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AI가 생성하는 콘텐츠는 수많은 원저작물을 미세하게 참고하므로, 각 원작자에게 돌아갈 저작권료는 0.001달러(약 1원) 단위의 마이크로 로열티가 된다. 하지만 이더리움과 같은 레이어1 체인은 트랜잭션당 수수료가 0.1달러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아, 정산 비용이 로열티보다 커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 네트워크 혼잡 문제도 존재한다. 범용 체인에서는 디파이(DeFi) 거래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민팅 트래픽이 몰리면 네트워크가 혼잡해진다. IP 등록과 라이선싱 같은 필수적인 인프라 업무가 투자 수요에 밀려 지연되는 것은 산업용 인프라로서 치명적인 단점이다.
캠프 네트워크의 해법 1…IP 처리에 최적화된 ‘캠프 L1’
캠프 네트워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P 트랜잭션 처리에 특화된 독자적인 L1 아키텍처를 설계했다. 핵심은 ‘압도적인 처리량’과 ‘IP 우선 정책’이다.
이 아키텍처의 핵심은 ‘소버린 롤업(Sovereign Rollup)’을 통한 기술적 독립과 ‘IP 전용 블록스페이스’에 있다.
캠프 L1은 젤라토(Gelato·GEL)의 어번던스(Abundance) 스택을 활용한 소버린 롤업 구조를 채택했다. 백서에 따르면 기존의 일반적인 레이어2(L2) 롤업은 모든 트랜잭션의 유효성 검증을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에 위임한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의 가스비, 혼잡도, 거버넌스 결정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반면, 캠프의 소버린 롤업은 외부 블록체인인 셀레스티아(Celestia·TIA)를 데이터 가용성(DA) 용도로만 활용할 뿐, 체인의 ‘표준 상태(Canonical State)’를 스스로 결정한다. 캠프의 블록이 유효한지 판단하는 외부 스마트 컨트랙트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캠프의 노드 네트워크가 자체적으로 합의하고 확정한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IP 처리에 필수적인 ‘속도’와 ‘비용’ 효율성으로 직결된다. 일반적인 롤업은 이더리움에 거래 내역이 정상임을 증명하고 승인받는 과정에 막대한 연산 자원을 소모한다. 하지만 캠프는 이더리움 승인을 받기 위해 소모되는 불필요한 연산 과정을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기존 롤업 대비 약 20~30%의 연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해 오로지 트랜잭션 실행에만 투입한다.
또한, 이더리움의 최종 확정(Finality)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 IP 등록이 1초 내에 확정되며, 1센트 미만의 비용으로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실행 클라이언트로는 러스트(Rust) 기반의 ‘레쓰(Reth)’를 도입해 메모리 안전성을 높였으며, 이를 통해 이더리움 메인넷(초당 1.5 메가가스) 대비 약 700~1000배인 초당 1기가가스의 처리량을 구현했다.
또 주목할 점은 ‘IP 전용 블록스페이스’ 기술이다. 캠프는 전체 블록 용량의 10%에 해당하는 약 1억 가스를 IP 관련 트랜잭션(등록·라이선싱·정산)에 할당한다. 이는 네트워크가 혼잡하더라도 창작자의 권리 등록과 정산 업무는 확보된 용량을 통해 지연 없이 처리됨을 보장하는 장치다.
캠프 네트워크의 해법 2…자동화된 저작권 운영체제 ‘오리진’
물리적인 속도와 비용 효율성이 확보됐다면, 남은 과제는 복잡하게 얽힌 저작권 관계를 시스템상에서 어떻게 자동화하느냐다. 백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IP 운영 프로토콜 ‘오리진(Origin)’을 제시한다. 캠프 L1 인프라 위에서 구동되는 오리진은 저작권 데이터를 단순한 기록이 아닌 실행 가능한 형태로 표준화한다.
the Autonomous Economy’ 백서를 공개했다. 자료=캠프 네트워크
백서는 오리진의 ‘IPNFT’를 “실행 가능한 권리 객체(Executable Rights Containers)”라고 정의한다. 기존의 NFT가 소유권만을 증명하는 정적인 데이터였다면, IPNFT는 계약 체결부터 수익 분배까지의 전 과정을 온체인상에서 능동적으로 처리하는 자율 집행형 소프트웨어라는 설명이다.
IPNFT 내부에는 소유권 정보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조건(가격, 기간) △로열티 분배 로직 △원작과의 파생 관계가 코드로 내장돼 있다. 누군가 이 IP를 사용하려 하면, IPNFT가 스스로 조건을 검증하고 결제를 처리한다. 사람이 일일이 계약서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
오리진 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기여 그래프(Attribution Graph)’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의 파생 관계를 관리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AI가 원작 A, B, C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 D를 생성하면, 오리진 프로토콜은 이 관계를 온체인 그래프에 기록한다.
이후 D가 수익을 창출하면, 시스템은 그래프를 역추적해 기여도에 따라 A, B, C에게 로열티를 자동 분배한다. 백서는 “기존의 수동 정산으로는 불가능했던 다자간 권리 관계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해결했다”고 설명한다.
블록체인상의 권리가 현실 법정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캠프 네트워크는 ‘리걸 브리지(Legal Bridge)’를 구축했다. 백서에 따르면 사용자가 블록체인상에서 상업적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시스템은 그 즉시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 계약서에는 블록체인 트랜잭션 기록이 명시돼 있어, 추후 분쟁 발생 시 법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결론, 디지털 IP 자산을 위한 새로운 표준
캠프 네트워크의 비전은 명확하다. 80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전 세계 무형 자산 시장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의 IP 시스템은 아날로그 시대의 유산으로, AI라는 새로운 기술적 파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
캠프 네트워크는 비용·속도·법적 신뢰라는 세 가지 장벽을 기술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무너진 저작권 시장을 재건할 인프라를 제시했다. 이는 지식재산권이 디지털 및 AI 네이티브 환경에서 어떻게 보호받고 유통돼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정립하는 시도다. 이를 통해 캠프 네트워크는 ‘소유’와 ‘보상’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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