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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글쎄요. 이렇게 쟁점 정리도 못 하고 있는데 법안이 올해 안에나 나올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사업 준비나 계속 해야죠, 뭐.”
스테이블코인이 최근 새로운 금융 시험대로 오르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를 취재해보면, 세간의 높은 관심도와는 달리 사업은 준비 단계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법안을 두고 쟁점조차 정리를 못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디지털자산 법안은 지난해 6월부터 국회가 본격적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입법이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사공이 많아서일까, 법안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이날까지 국회에 의원 발의된 스테이블코인 및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총 8개다. 여야 각각 5개, 3개를 발의했다.
이제는 금융당국의 정부안이 밀렸으니 협의안이 아니라 여당 통합 단일안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여태 최종 법안이 밀린 까닭은 금융당국의 정부안이 계속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한국은행의 파편적 시각에서 시작된다. 한은은 당초 스테이블코인의 통화 잠식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며 은행을 중심으로 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에 조율방안에는 ‘은행 지분 50%+1주’라는 조항이 생겨났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은행의 욕심이 너무 과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은행이 주도권을 잡으면 전화 한 번으로 통제 가능하다고 하는데,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안 열겠다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한 것 역시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반하는 조항이다. 당국은 대체거래소(ATS)의 지분 제한 사례를 들지만, 이는 본질부터 다르다. ATS는 복수의 증권사가 연합해 만든 공공 성격의 인프라이기에 지분 분산이 필요했으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민간의 아이디어와 자본으로 일궈낸 혁신 기업이다. 태생부터 다른 두 모델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경영권 탈취나 다름없다.
지분 제한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당국은 ‘코인런(대규모 디지털자산 인출 사태)‘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오히려 은행이 과반 지분을 갖게 될 경우 코인 시장의 리스크가 전통 금융권으로 전염되는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책임 분담이라는 미명 하에 지분을 쪼개놓으면, 정작 위기 상황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책임의 공백만 발생할 뿐이다.

또 해킹이나 파산 등 거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책임질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 지분을 쪼개 책임마저 분담시킨다면 이용자 보호를 오히려 해할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지니어스법처럼 한국은행이 만장일치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을 벤치마킹한다면, 가져와야 할 것은 중앙은행의 결정권만이 아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철저히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1·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와 서클 모두 민간 기업이며, 정부와 중앙은행은 사후 규제와 감독을 통해 질서를 유지한다.
이 총재의 임기는 오는 4월20일까지다. 임기 말 총재의 보수적 스탠스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인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차기 총재 인선이 분수령이 되겠지만, 문제는 방향보다 속도다.
정부가 ‘디지털 대전환’을 외치는 사이, 현장에서는 한은의 과도한 통제권 요구에 법안 자체가 표류하며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미국이 테더와 서클 같은 민간 기업을 통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패권을 잡은 것은 정부의 결정권이 아니라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완전히 자리 잡은 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다면, 그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에 오랫동안 몸 담아왔던 업계의 소리를 반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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