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비트코인 가격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전날 대비 소폭 상승하며 1억29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금과 은 등 전통 자산이 강세를 보이자, 시장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은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27일 오전 8시40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오전 9시 대비 1.01% 상승한 1억2974만원에 거래됐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2.04% 오른 8만8146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4.32% 상승한 2922달러, 엑스알피(XRP)는 3.46% 오른 1.91달러에 거래됐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 약 1억641만달러(약 1537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 가운데 약 78.92%는 숏(매도) 포지션이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3억8684만달러(약 5587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했다.
시장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외 변수는 계속 지속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국회가 무역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목재, 제약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합의에 따라 관세를 신속히 인하해 왔다”며 “교역 상대국들도 동일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협정을 체결했고, 10월29일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해당 조건들을 재확인했다”며 “그럼에도 한국 국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외 변수 불안 속 디지털자산 시장은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완화 등 우호적인 환경에도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달러 인덱스(DXY)는 미 연방준비제도와 일본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소식 이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비트코인은 이러한 달러 약세에도 의미 있는 반등 흐름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약 30% 하락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13억달러(약 1조8824억원)가 넘는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초 일시적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됐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디지털자산 시장이 힘을 받지 못하는 사이,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과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 가격은 5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글로벌 증시도 기술주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거래량이 감소하고, 보유자들이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순실현 손실 국면에 진입하는 등 시장 전반의 확신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자산 분석가 윌 클레멘테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금과 은이 단 하루 만에 비트코인 전체 시가총액에 달하는 가치를 더했다”며 비트코인 시장의 상대적 부진을 지적했다.
스테판 우엘렛 FRNT 파이낸셜(FRNT Financial Inc)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분야가 상당한 투자 자금을 흡수하면서 디지털자산이 인플레이션 거래에서 배제됐다”라며 “비트코인이 강세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10만달러 선을 돌파해 건재함을 증명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비트코인이 좁은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스블록(Swissblock)은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에도 비트코인이 뚜렷한 반등 흐름을 만들지 못하면서 단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주요 지지·저항 구간 사이에서 제한적인 가격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비트파이넥스(Bitfinex) 분석가들 역시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며 비트코인 가격이 8만5000달러에서 9만4500달러 사이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옵션 시장에서도 단기 리스크에 대응하는 전술적 거래가 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아직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미국 의회의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통과 여부가 중장기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다만 미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으로 입법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짐 페라이올리(Jim Ferraioli) 찰스슈왑(Charles Schwab) 디지털자산 리서치·전략 총괄은 “온체인 활동, ETF 자금 유입, 파생상품 포지셔닝, 채굴자 참여도 등의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 수준을 넘어 의미 있는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가격 상승의 주요 촉매는 클래리티 법안 통과지만, 해당 법안이 처리되기 전까지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가격이 제한적인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자산 시장의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20점으로 전날(25점) 대비 소폭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수록 매수 성향이 강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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