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토큰증권(STO) 법제화 이후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업계 간 협업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도 정비를 계기로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산업의 결합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0일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실물연계자산(RWA) 플랫폼 ‘이더퓨즈(Etherfuse)’와 협업해 스테이블본드 발행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한국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스테이블본드(Stablebond)를 발행할 예정이며, 신한투자증권은 계좌 수탁과 실물자산 중개·관리 지원 역할을 맡는다.
이더퓨즈는 미국과 멕시코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RWA 플랫폼 기업으로, 2024년부터 멕시코와 브라질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스테이블본드를 발행해 왔다. 해당 스테이블본드는 솔라나, 스텔라, 캔톤, 모나드 등 주요 퍼블릭 블록체인을 지원한다.
이번 협력을 통해 이더퓨즈는 한국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스테이블본드를 신규 발행하며, 티커명은 ‘KTB’다. 신한투자증권은 국채 브로커리지와 실물자산 취득·관리 지원을 담당해 이더퓨즈가 한국 국채를 안정적으로 확보·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해당 스테이블본드는 국내에서 제공·판매되지 않으며,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이나 매매도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서는 RWA 거래가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발행 구조, 가격 결정, 판매·유통에 관여하지 않으며, 상품에 대한 보증이나 투자 권유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내 유입 여부는 토큰증권 관련 법안과 시행령 세부 규정 확정 뒤 논의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스테이블본드 발행을 통해 글로벌 원화 자산 수요가 확대되고, 국내 자본시장의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해외 투자자가 한국 국채에 투자하기 위해 환전, 계좌 개설, 중개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본드 구조를 활용하면 전 세계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지갑을 통해 24시간 간편하게 한국 국채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은 이더퓨즈가 담당하고, 당사는 계좌 수탁과 중개를 통해 지원하는 역할”이라며 “추가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분산원장 법적 효력 인정… ‘조각투자’ 넘어 기업금융 핵심 수단 부상
국내 증권사들의 STO 관련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SK증권은 바이셀스탠다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토큰증권 발행을 활용한 중소·벤처기업 자금조달 및 자산 유동화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발행, 구조 설계, 유통 전반에 걸친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상품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며, 토큰증권으로 발행 가능한 기업금융 상품군을 공동으로 탐색·기획하는 단계다.
토큰증권을 활용한 자금조달은 전통적인 지분 투자나 대출과는 다른 방식이다. 중소·벤처기업이 보유한 현금흐름이나 수익권 기반 자산을 증권화해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기업의 매출채권, 프로젝트 수익권, 콘텐츠·IP 수익, 비정형 금융상품 등도 토큰증권화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비정형 자산 기반 토큰증권 거래가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 역시 유사한 수요가 존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바이셀스탠다드 측은 “토큰증권은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실물자산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금융 영역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을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유치 및 기업금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보고 있다. 이는 정부 국정 운영 기획에도 반영된 방향이다. 이제 시행령을 통해 상품 규정이나 투자 한도와 같은 세부 조항을 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오는 2월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토큰증권 기반 거래 인프라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기업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는 토큰증권의 거래 및 결제를 위한 신규 거래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규제당국 승인을 추진 중이라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주식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유통하며, 연중무휴 24시간 거래와 거래 즉시 결제가 가능한 T+0 결제 구조를 도입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전통 증권과 교환 가능한 토큰증권을 거래할 수 있으며, 금액 단위 주문을 통한 소액 조각투자도 가능해진다.
한편 지난 15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토큰증권의 개념이 법률에 공식 도입됐다. 개정안에 따라 토큰증권 발행인은 법상 절차와 요건을 충족해 허가받은 전자등록기관에 사전 통지하고 전자등록을 신청해야 하며, 전자등록기관은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노드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분산원장이 법적 효력을 갖는 ‘전자등록계좌부’로 공식 인정된 점이 핵심이다. 또 발행인계좌관리기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정한 자기자본과 인력·전산설비, 이해상충 방지 체계를 갖춘 발행인은 금융위원회에 등록해 자신이 발행하는 토큰증권에 대해 직접 분산원장을 활용한 전자등록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법무법인 세종은 보고서를 통해 “토큰증권이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한 수준의 법적 안정성과 권리 추정력을 갖는 제도권 증권으로 편입됐다”며 “블록체인에 기록된 권리의 발생·변경·소멸 내역이 중앙집중형 전자등록계좌부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전자증권법 개정은 자본시장과 블록체인이 본격적으로 결합하는 전환점”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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