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유럽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미국 자산이 지정학·통상 갈등 국면에서 잠재적인 압박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인수 압박과 관세 위협이 유럽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과 국채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마켓워치는 시장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유럽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과 채권 규모는 약 8조 달러로, 전 세계 다른 지역 투자자들의 보유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자산 의존도는 이미 상당하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 비중은 약 63%에 달하며, 전체 미국 주식시장 기준으로는 약 18%를 차지한다. 미 국채의 경우 외국인 보유 비중은 GDP 대비 약 30%, 전체 발행 잔액 기준으로는 34%에 이른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외국인 비중은 GDP 대비 15%, 전체 시장의 28%를 점유하고 있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집단적으로 매도하는 이른바 ‘바이어스 스트라이크’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 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관세와 연계하며 유럽을 압박하자, 정치적 갈등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일부 금융·산업계 인사들은 제한적인 시장 혼란만으로도 미국에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시장이 외국인 자금에 얼마나 구조적으로 노출돼 있는지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매트 킹 사토리인사이트 설립자는 외국인의 미 국채·주식·신용자산 보유 비중이 장기간에 걸쳐 확대돼 왔다며, “대규모 부채를 지속적으로 차환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정치적 변수와 리스크 관리 요인이 결합될 경우 시장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일본 국채시장에서 나타난 급격한 금리 상승은 미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는 평가다. 일본 국채 매도세가 글로벌 장기 금리 상승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에도 상승 압력을 가했다. 킹 설립자는 “전면적인 외국인 매수 중단이 아니더라도 정치적 판단, 리스크 관리, 모멘텀 요인이 순차적으로 작용할 경우 점진적인 자금 이탈만으로도 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날 미국 금융시장 전반의 가격 움직임에도 일부 반영됐다. S&P500지수는 2% 넘게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고, 3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8bp 상승한 4.92%까지 치솟아 5%선에 근접했다. 달러지수도 0.8% 이상 하락하며 달러 약세 흐름이 두드러졌다.
다만 단기간 내 유럽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본격적으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통상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정치적 갈등을 출발점으로 한 자산 재조정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자산이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반복될 경우 ‘무기화’라는 단어 자체가 시장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