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빗썸의 상반기 기업공개(IPO) 추진 일정이 다시 한 번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 효율화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왔지만, 거래량 둔화와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겹치며 예비상장심사 청구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빗썸의 오더북 공유와 관련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빗썸은 지난해 9월 말부터 약 두 달간 빙엑스의 자회사인 디지털자산 거래소 ‘스텔라 익스체인지(Stellar Exchange)’와 오더북 공유를 진행했다. 빗썸은 유동성 확대와 이용자 편의성 제고를 명분으로 해외 연동형 오더북 공유 모델을 도입했지만, 금융당국은 서비스 초기 단계부터 현장 점검에 착수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지난해 11월 말 빗썸은 오더북 공유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빙엑스는 이달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서비스 영업 행위가 확인되면서 FIU로부터 미신고사업자로 분류된 바 있다. 신고 없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FIU는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수사기관 통보가 이뤄지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동시에 공문이 전달돼 앱 차단 및 홈페이지 접속 제한 절차가 진행된다. 이날까지 아직 빙엑스 웹사이트 접속은 가능한 상태다.
빗썸은 지난해부터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인건비 감축 등 재무 구조 개편에 나서며, 당초 이달 중 한국거래소에 예비상장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 환경과 대외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일정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의 거래량 감소와 금융당국의 제재 가능성, 규제 환경 변화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빗썸은 지난 5일 임직원 공지를 통해 기존 850만원 수준이던 현금성 복지포인트를 400만원으로 축소하고, 자녀 학자금 지원을 제한하기로 했다. 학자금 지원의 경우 추가 신청 건을 상당수 반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상반기 IPO를 목표로 경영 효율화에 드라이브를 건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앞서 빗썸은 지난해 새 인사평가 제도인 ‘인앤아웃’을 도입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저성과자 60여 명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해 대부분 퇴직에 합의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업비트와 빗썸의 시장 지배력 문제를 공동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도 IPO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상장의 핵심 변수인 만큼, 빗썸이 당초 계획보다 한발 물러서며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규제 환경은 최근 더욱 엄격해지는 모습이다. 18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 시장 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에 따르면, 국내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 거래 시장의 집중도는 경쟁 제한 우려를 유발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에서 업비트와 빗썸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목됐다. 업비트는 지난 2024년 12월을 제외하고 월별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했으며,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 합계가 95% 미만이었던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공정위와 금융위가 공동 추진한 연구용역 결과, 국내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 거래 시장은 경쟁 제한 우려가 큰 고집중 구조로 평가됐다. 업비트와 빗썸이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으며, 특히 업비트는 장기간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래블룰, 실명계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구축 등 규제 준수 비용이 중소 거래소의 이탈을 초래하며 시장 집중을 심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위탁받은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지분 제한과 같은 직접 규제보다는 주문전송업 도입, 법인·외국인 투자 허용 등 경쟁 촉진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당 보고서는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2대 주주 교체 변수…“경영 영향은 제한적”
한편 빗썸의 주요 주주를 둘러싼 지배구조 변화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주 교체가 빗썸의 실질적인 경영이나 IPO 추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코스닥 상장사 버킷스튜디오는 지난해 12월26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니셜1호투자조합과 비덴트, 강지연 버킷스튜디오 대표가 보유한 지분 37%를 와비사비홀딩스가 2400억원에 인수하고,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더해 총 2600억원에 경영권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비덴트는 빗썸의 2대 주주로, 기존에는 버킷스튜디오가 자회사 인바이오젠을 통해 손자회사 비덴트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버킷스튜디오 자리에 와비사비홀딩스가 들어서게 된다.
와비사비홀딩스는 외환 핀테크 기업 스위치원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스위치원은 2021년 설립된 외환 핀테크 기업으로, 이번 거래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이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로 거론되기도 했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빗썸의 경영이나 IPO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주주 구성 변화가 곧바로 경영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빗썸 관계자는 “IPO를 위한 준비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으며, 시장 상황과 제도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적절한 상장 시기를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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