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공개(ICO)에 대한 규제 기조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폴 앳킨스(Atkins) SEC 위원장은 9일(현지시각) 대부분의 ICO는 증권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SEC가 수년간 고수해온 “대부분의 ICO는 미등록 증권”이라는 기조를 사실상 뒤집는 발언으로, 향후 시장 규제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립토폴리탄 등 외신에 따르면 앳킨스 위원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블록체인협회 연례 정책 서밋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정의하는 증권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ICO를 장려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공개한 암호화폐 분류 체계를 언급하며, 네트워크 토큰, 디지털 수집품, 디지털 도구 등 세 가지 유형의 토큰은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EC, 규제 범위 ‘토큰화 증권’으로 한정…CFTC로 관할권 이동
이번 발표는 SEC의 규제 권한을 토큰화 증권(Tokenized Securities)으로 제한하고, 그 외 대부분의 토큰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감독하게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앳킨스 위원장은 “ICO는 네 가지 토큰 유형에 걸쳐 있으며, 이 중 세 가지는 CFTC 관할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토큰화 증권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큰화 증권은 기존 증권의 블록체인 기반 표현으로, SEC의 기존 관할 범주에 포함된다. 반면, 나머지 토큰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행되거나 인터넷 밈, 캐릭터, 실용 기능 등을 기반으로 하며, 증권적 성격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는 SEC와 CFTC 간 규제 권한을 둘러싼 오래된 갈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CFTC는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은 기관으로 평가되며, 이번 제안은 암호화폐 규제의 중심축이 SEC에서 CFTC로 이동하는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CO 시장 회복 기대…업계 재편 가능성도
SEC는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재임 시기였던 2017년 암호화폐 붐 당시, 미등록 증권 판매를 이유로 다수의 ICO 발행사를 제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앳킨스 위원장의 발언은 당시의 강경한 입장과 대비되는 것으로, 향후 ICO 시장이 부활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업계에서는 이미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지난달 코인베이스는 3억75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Echo를 인수한 뒤, 미국 내 개인 투자자도 신규 토큰에 참여할 수 있는 ICO 플랫폼을 선보였다.
SEC의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 또한 특정 조건 하에서의 면책조항(safe harbor)과 예외 조항을 통해 ICO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 전환은 아직 의회에서 논의 중인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과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으나, 규제 기조의 큰 방향성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이번 움직임이 영국, 아시아 일부 지역과 유사한 디지털 자산 규제 모델로의 전환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