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지승환 기자] 영지식(Zero Knowledge·ZK) 증명 기술 인프라 프로젝트 브레비스(Brevis)가 21일(현지시각) ‘무식에서 영지식까지(From 0 Knowledge to Zero Knowledge)’ 교육 시리즈의 4편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생태계 전반의 영지식 증명 활용(ZK Applications Across Crypto)’을 공개했다. 이번 글에서 브레비스는 영지식 증명 기술이 실제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프라이버시·확장성·브릿지·신원·검증가능한 연산 등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눠 정리했다.
프로젝트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기초 개념을 다뤘다면 이제는 실제 구축되고 있는 시스템을 살펴볼 때”라고 밝히며, 영지식 증명이 범용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는 현재의 흐름을 강조했다.
프라이버시와 ZK 롤업…보안과 확장성의 두 마리 토끼
브레비스는 ‘프라이버시 보호’가 영지식 증명 기술의 최초이자 가장 직관적인 활용 분야라고 설명했다. 기초 데이터는 숨긴 채 ‘조건을 만족한다’는 사실만 증명하는 구조를 통해 검증자는 송신자·수신자·금액을 보지 못하더라도 거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 사례로는 지캐시(Zcash·ZEC)가 언급된다. 2016년 출범한 지캐시는 zk-SNARKs를 활용해 송신자·수신자·송금액이 완전히 암호화된 ‘실드(shielded)’ 거래를 지원하며, 네트워크는 여전히 이중지불이 없는지, 잔액이 맞는지 등을 검증한다. 브레비스에 따르면 지캐시는 2024~2025년 사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700% 이상 급등하며 모네로를 제치고 최대 프라이버시 코인으로 올라섰다.
또 아즈텍(Aztec)은 이더리움(ETH) 상에서 프라이버시 특화 ZK 롤업을 구축해 사용자가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DeFi) 거래를 하면서도 전략과 잔액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 브레비스는 “프라이버시 분야는 기술의 성능 일부를 희생하더라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구조”라고 강조하며 “현재 영지식 증명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ZK 롤업은 프라이버시가 아닌 확장성을 위해 영지식 증명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된다. 수천건의 거래를 오프체인에서 묶어 실행한 뒤, 모든 연산이 올바르게 수행됐다는 사실만 작은 암호학적 증명 형태로 이더리움에 올리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 검증자는 모든 거래를 재실행할 필요 없이, 한 번의 증명만 검증하면 된다.
브레비스는 2024~2025년 기준 주요 ZK 롤업 프로젝트 상황도 함께 정리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리네아(Linea·LINEA)가 메타마스크 개발사 컨센시스(ConsenSys)의 지원을 등에 업고 4억7800만달러(약 7050억원)의 총 예치 자산(TVL)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리네아는 2025년 9월 토큰 런칭과 함께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케이싱크(zkSync·ZK)와 스타크넷(Starknet·STRK)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케이싱크는 에어드랍 이후 TVL 감소를 겪었으나 2025년 12월 예정된 이더리움 ‘후사카(Fusaka)’ 업그레이드에 맞춰 반등을 노리고 있으며, 스타크넷은 독자 언어 카이로(Cairo)를 통해 병렬 처리 등 기술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 밖에도 폴리곤(Polygon·POL) 영지식 이더리움 가상머신(zkEVM)과 스크롤(Scroll·SCR)은 ‘EVM 등가성(EVM-equivalence)’을 무기로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브레비스 측은 “ZK 롤업의 핵심은 간결함(succinctness)과 검증 효율성”이라며, 대부분의 롤업 거래는 여전히 공개 상태이며 ‘영지식 증명’이라는 이름은 역사적 맥락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브릿지·신원 넘어 ‘검증 가능한 연산’으로
브레비스는 체인 간 브릿지 및 신원 인증 영역에서 영지식 증명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정리했다. 서로 독립된 상태를 유지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사이에서, 한 체인의 상태를 다른 체인으로 안전하게 가져오려면 신뢰 가능한 중개자나 별도 검증 집단에 의존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영지식 증명 브릿지는 이를 암호학적 증명으로 대체한다. 이더리움에서 어떤 이벤트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솔라나(SOL)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상태를 요약한 증명을 생성해 검증하는 방식이다. 보고서에서는 △레이어제로(LayerZero·ZRO) △악셀라(Axelar·AXL) △웜홀(Wormhole·W) 등 다양한 크로스체인 인프라와 함께, zk-SNARK 기반 순수 영지식 증명 브릿지를 지향하는 폴리헤드라 네트워크(Polyhedra Network·ZKJ)의 zkBridge, 합의 검증에 특화된 신생 프로젝트 유니온(Union·U) 등이 사례로 언급됐다.
신원 분야에서는 월드코인(Worldcoin·WLD)과 지케이패스(zkPass)가 돋보인다. 이들은 ‘선택적 공개(Selective Disclosure)’를 가능케 한다. 예컨대 생년월일을 공개하지 않고도 성인임을 증명하거나, 여권 원본 없이 국적을 인증하는 식이다. 이는 온체인 고객 신원 확인(KYC)과 평판 시스템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어 보고서는 기존의 프라이버시, 롤업, 브릿지가 영지식 증명의 ‘전문화(Specialization)’ 단계였다면, 이제는 ‘검증 가능한 컴퓨팅(Verifiable Computation)’이라는 범용 인프라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과거 데이터를 조회하거나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데 막대한 가스비가 든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검증 가능한 컴퓨팅은 이 무거운 작업을 오프체인에서 수행하고, 결과값에 대한 검증만 온체인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실례로 탈중앙화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DEX)는 사용자의 과거 거래량을 분석해 수수료 할인을 제공할 때, 온체인에서 직접 계산할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가스비 문제를 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분야에서는 ‘x402 프로토콜’ 등을 통해 AI가 수행한 의료 진단이나 금융 분석이 조작되지 않았음을 암호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활용된다.
브레비스 측은 “과거에는 영지식 증명을 활용하기 위해 특정 체인(지캐시·아즈텍 등)으로 이동해야 했다면, 이제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이든 기존 체인 위에서 영지식 증명 기반의 컴퓨팅 파워를 끌어다 쓰는 방식(코프로세서)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레비스 “영지식 증명, 전문 도구에서 보편적 인프라로”
브레비스는 이번 글을 통해 “△지캐시는 프라이버시 △지케이싱크는 롤업 처리량 △폴리헤드라 네트워크는 크로스체인 최종성이라는 식으로 각 프로젝트가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구축해 왔다”며 “이러한 특화 접근이 영지식 증명 생태계를 세분화해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검증 가능한 연산의 부상은 ZK 기술을 어느 애플리케이션에서나 끌어다 쓸 수 있는 범용 컴퓨팅 레이어로 확장시키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프로젝트 측은 이어지는 시리즈 5편에서 영지식 가상머신(zkVM) 구조와 영지식 증명 시스템 아키텍처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라며, “어떤 워크로드에 어떤 시스템이 적합한지에 대한 이해가 앞으로 영지식 증명 인프라 설계의 핵심”이라고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