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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달러화의 상승 기세가 무섭다.

미국의 끈적한 인플레이션 상승이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 정책 전환) 기대감을 꺾어 놓았고, 이는 달러화를 밀어 올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한 주에만 1.7% 뛰었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최대 상승 기록이다.

주말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한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달러화의 강세는 이번주에도 지속, 달러 인덱스가 4월15일(현지시각) 장중 106.36까지 뛰었다.

연초 100 선을 간신히 넘으며 출발한 달러 인덱스는 4.6% 랠리한 셈이다. 연초 6~7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달러화 약세를 예상했던 월가의 시나리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강달러를 넘어 말 그대로 ‘슈퍼 달러’가 전개되는 데는 인플레이션과 전쟁의 ‘마지막 구간(last mile)’이 험로를 연출하는 데다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후퇴하는 상황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월까지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이는 연율 기준 물가 지표를 연준 목표치인 2.0%까지 끌어내리는 데 요구되는 수치의 두 배에 해당한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여기에 3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해 월가 예상치인 0.4%를 크게 웃돌았고,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수치 역시 전망치 0.3%를 크게 웃도는 1% 급증해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예고했다.

여기에 고용과 성장률까지 펀더멘털 측면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

미국 기준금리가 23년래 최고치인 5.25~5.50%까지 뛰었는데 실물 경기가 호조를 이루자 월가에서는 중립금리 수준이 상승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미국 근원 CPI 추이 [자료=ING]

시장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중립금리 수준은 3.5%에서 4.0%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중립금리 수준은 2.5%로 판단됐다.

금리(rate)의 좌표(별)이라는 의미에서 R*로 표기되는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연준이 피벗에 나서더라도 인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뿐만 아니라 연준의 매파로 분류되는 미셸 보먼 이사는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고,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금리가 8%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채권 트레이더들이 판단하는 6월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이 19.6%로 떨어졌다. 수치는 불과 3주 전 70% 선에서 가파르게 곤두박질쳤다.

골드만 삭스가 2024년 금리 인하 전망을 당초 네 차례에서 세 차례로 축소했고, 상당수의 투자은행(IB)은 첫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9월로 늦췄다.

뿐만 아니라 소시에테 제네랄(SG)은 2024년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고, UBS는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기본 전제로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끈적한 상승을 지속할 경우 금리 인상이 강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BOE)의 6월 금리 인하 움직임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4월11일(현지시각)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5%에서 동결한 뒤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연율 기준 2.0%에 근접하고 있다는 확신이 높아지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것.

이 때문에 월가는 미국 연준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먼저 피벗을 강행하는 시나리오를 점친다. 아울러 영란은행(BOE) 역시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뛰지 않을 경우 6월 금리 인하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월15일 4.6% 선을 뚫고 올랐다. 같은 만기의 독일 국채 수익률은 2.448%를 기록해 미국과 유로존 최대 경제국의 시장 금리가 커다란 간극을 보이는 상황.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격차는 2022년 이후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자금이 유로화보다 달러화 자산에 몰릴 가능성이 높은 여건이고, 이는 결국 강달러에 무게를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앞서 3월 스위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 9년만의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스웨덴 중앙은행 역시 5월 금리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이 밖에 캐나다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완화 의지를 분명히 했고, 호주와 노르웨이 등 주요국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달러 강세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시티즌스의 에릭 멀리스 글로벌 마켓 헤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달러화는 연준의 매파 기조를 앞세워 주요 통화 전반에 대해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성장률을 중심으로 거시경제 지표와 지정학적 리스크도 달러화 상승에 힘을 실어준다”고 설명했다.

베일러드의 에릭 레브 최고투자책임자는 “연준이 금리 인하 첫 테이프를 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경제 지표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달러화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노던 트러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달러화가 최대 5%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스코샤은행도 보고서에서 달러화가 레벨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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