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최근 늘어난 가상자산(가상화폐) 관련 범죄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합동수사단이 26일 공식 출범했다.

합수단은 이날 오후 2시20분께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별관 1층에서 현판 제막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이원석 검찰총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 등 검찰 관계자들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윤수 금융정보분석원장(FIU),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윤차용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김태호 국세청 차장, 고광효 관세청장 등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합수단장에 금융통 이정렬…檢·금감원·FIU·예보 등 범부처 총집결

초대 합수단장은 이정렬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사법연수원 33기)이 임명됐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 2021년 대검 선정 증권금융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 ‘블루벨트’ 인증을 받은 대표적 금융·증권 수사통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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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정렬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 초대 단장이 2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3.07.26. jhope@newsis.com

합수단은 검사와 수사관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국세청, 관세청,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등 7개 국가기관의 조사·수사 전문인력 30여명으로 꾸려졌다.

국내 수사기관에 가상자산 수사를 전담할 상설 조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수단이 꾸려진 것은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하고 2014년부터 속속 가상자산 거래소가 국내에 생긴 뒤 불과 10여년 만에 ‘코인’이 주식, 부동산과 함께 주요 투자대상으로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작년 627만명 하루 3조원 거래…2년새 코인 1000종 상장폐지 위험성↑

FIU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자수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627만명에 달하며, 시가 총액은 약 19조원, 일 평균 거래액은 약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국민들이 폭넓게 거래에 참여 중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법령과 제도가 불비해 시장 참여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게 검찰의 지적이다.

실제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5대 거래소 ‘원화마켓’과 22개 거래소의 ‘코인마켓’에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상장폐지된 가상자산은 1053종,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것은 1010종에 달했다.

더욱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상반기 동안 원화마켓에서만 37개 가상자산이 추가로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 역시 2021년 하반기 65%에서 지난해 하반기 67%로 상승하는 등 투자 위험성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시세조종·다단계 등 신종범죄 속속…범죄 피해액 5년간 5조3000억원

여기에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우회상장, 시세조종, 불법 환치기, 코인 다단계 등 가상자산 관련 신종 범죄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FIU에 보고된 월평균 가상자산 의심거래는 2021년 66건에서 지난해 900건, 올해는 943건으로 불과 1년6개월 새 1322% 급증했다.

가상자산 범죄 피해 규모도 2017년 4674억원에서 지난해 1조192억원으로 폭증했다. 최근 5년간 합계 피해액만 5조30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지난 3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납치·살해 사건의 동기가 가상화폐 ‘퓨리에버코인(P코인)’ 투자 실패에 따른 갈등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기존 조직을 통해 국산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 거래소 코인원의 ‘상장피(fee)’ 의혹,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대량 보유 의혹, 예치서비스 업체 하루인베스트·델리오 입출금 중단사태, ‘위믹스’의 발행사 위메이드의 사기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결국 늘어나는 가상자산 범죄에 전문적으로 대처하고, 내년 7월19일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 공백기의 불공정 거래 대응 및 향후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합수단이 출범하게 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조사분석·수사팀 투트랙, 범죄수익 추적·환수까지…”범정부 공동대응”

코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합수단은 ‘조사분석팀’과 ‘수사팀’의 투트랙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조사분석팀은 가상자산 발행·유통 업체의 건전성과 사업성을 모니터링하고 이상거래 추적을 통해 범죄 관련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역할이다. 수사팀은 이 검토 결과를 토대로 수사대상을 선정해 직접 수사와 범죄수익 환수를 담당하게 된다.

서울남부지검 범죄수익환수 전담팀은 수사팀의 의뢰를 받아 가상자산 범죄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추적 및 몰수·추징보전을 지원한다.

주요 수사대상은 ▲단기간 내 상장폐지된 가상자산 ▲투자유의 지정 가상자산 상장비리 ▲가상자산 시장내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다.

이를 통해 거래소 상장 청탁 의혹, 상장 초기 인위적 시세조종인 ‘MM(Market Making)’ 행위, 조세포탈, 불법 외화반출, 범죄수익 은닉 및 자금세탁 등의 범죄 행위를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함께 모이는 것은 시작이고, 한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은 진전이며, 함께 일하는 것은 발전”며 “합수단이 반칙과 편법, 불법과 같은 리스크를 없애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면 시장참여자를 보호하고 결국 국가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관리가 소홀하다는 인식 하에 그 지역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며 “합수단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천명된 만큼 아직은 제도권 밖에 있는 시장의 질서가 더욱 건전한 방향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렬 합수단장은 “국가경제의 건전한 금융시스템은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며, 이 신뢰는 법의 지배가 온전히 작동할 때 나올 수 있다”며 “가상자산이 악용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유기적 협조체계를 바탕으로 그 역량을 총동원해 가상자산 불법 조작 이용세력을 철저히 수사하고 신속히 범죄수익을 환수해 국민 재산을 보호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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