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일본 국채시장의 유동성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악화되며 채권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급격한 매도세 속에서 매수자가 자취를 감추는 이른바 ‘바이어 스트라이크(buyers’ strike)’ 현상이 나타나면서 초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여파는 글로벌 채권시장으로까지 번졌다.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국채 유동성 지수(JGB Liquidity Index)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국채 금리가 충분한 유동성 환경에서 형성돼야 할 수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 유동성이 취약하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재정 우려가 부각되며 일본 국채 변동성이 확대되기 시작한 지난해 초 이후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번 유동성 악화는 정치적 요인이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식료품 세금 인하 공약을 제시한 이후 재정 부담 우려가 커지며 장기물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일본 30년물과 40년물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25bp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며 미국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시장에 냉정을 되찾아 달라고 요청했으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가타야마 장관과 통화해 일본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미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급격한 금리 상승은 시장 참여자들의 포지션 조정으로 이어졌다. 일부 헤지펀드는 손실이 난 포지션을 정리해야 했고 일본 생명보험사들은 국채 매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최소 한 곳의 회사채 투자자는 수천만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 거래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라 다로 블룸버그 일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는 초장기 국채 구간이라는 얇고 취약한 시장에서 기능 장애가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구간은 유동성이 낮고 생명보험사 등 소수의 기관 투자자에 의해 거래가 좌우되는 구조”라며 “과거 핵심 매수자였던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축소가 시장 취약성을 더욱 키웠다”고 분석했다.
일본 국채시장의 위험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일본증권업협회(JSDA)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현재 일본 국채 현물 거래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09년의 12%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과거 생명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가 주도하던 시장이 단기 보유 성향의 해외 투자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금리 변동성에 대한 완충 장치가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 변화가 일본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상시적으로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