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월가에서 증권 토큰화를 둘러싼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기관에 이어 뉴욕증권거래소(NYSE)까지 블록체인 기반 증권 거래 플랫폼 개발에 나서면서 전통 자본시장의 거래 구조 변화 논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더블록 등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는 블록체인 상에서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된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신규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플랫폼은 규제 당국의 승인 이후 출범할 예정으로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상장사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암호화폐와 유사한 방식으로 토큰화된 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거래 구조 역시 기존 주식시장과 차별화된다. 뉴욕증권거래소는 해당 플랫폼이 24시간 365일 거래를 지원하며 거래 체결과 동시에 결제가 완료되는 즉시결제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식시장은 매매 이후 실제 현금과 주식이 교환되기까지 하루가 소요되는 T+1 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은 결제 불이행 위험에 대비해 추가 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즉시결제 구조가 도입될 경우 이러한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T+1 결제 방식은 2021년 게임스톱 주가 급등 당시 로빈후드가 거래를 제한했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 바 있다. 반면 블록체인 거래는 원장에 기록되는 즉시 결제가 이뤄진다.
신규 플랫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거래 자금 조달도 허용될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에 연동된 암호화폐로 블록체인 기반 금융 거래에서 핵심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계획은 뉴욕증권거래소 단독 실험을 넘어 월가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증권 토큰화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앞서 JP모건체이스 자산운용 부문은 지난해 12월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를 출시하며 제도권 금융기관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골드만삭스와 뉴욕멜론은행(BNY멜론), 스테이트스트리트 역시 머니마켓펀드 지분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보유하고 이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잇따라 공개했다.
단기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시작된 토큰화 시도가 거래소와 주식시장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도 지난해 10월 암호화폐 기반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 최대 2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며 토큰화 사업 협력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플랫폼은 내부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폴리마켓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ICE 측은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금융시장 구조의 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월가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보편화된 24시간 거래와 즉시결제 모델이 전통 주식시장의 제한된 거래 시간과 지연 결제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일부 암호화폐 기업들이 해외에서 엔비디아나 테슬라 주가를 추종하는 토큰을 발행해 거래해왔지만 실제 주가와의 괴리 문제와 투자자 보호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뉴욕증권거래소가 추진하는 플랫폼 역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여부와 제도적 기준이 향후 확산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기관에 이어 세계 최대 주식거래소까지 토큰화 경쟁에 가세하면서 증권 토큰화가 일시적 실험을 넘어 월가의 중장기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이 자본시장의 거래 방식과 자금 조달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