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과 관세 위협에 맞서 유럽이 보유한 10조달러 규모의 미국 자산을 ‘무기화(weaponization of capital)’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실행은 어렵다”며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유럽이 직접적 금융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중단하고, 930억유로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유럽이 보유한 미국 자산 규모는 채권과 주식을 합쳐 10조달러를 웃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2조1000억달러)를 포함해 일부는 공공부문 자금이지만, 대부분은 민간 투자자의 보유분으로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
키트 주키스(Kit Juckes) 소시에테제네랄 환율전략가는 “유럽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미국 자산을 대규모 매도할 가능성은 낮다”며 “그런 조치가 이뤄지면 오히려 유럽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조지 사라벨로스(George Saravelos) 도이체방크 글로벌 환율전략본부장은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는 강하지만, 대외적 자본 의존도가 높다”며 “트럼프의 확장주의 정책이 서방 동맹의 경제적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유럽 내 일부에서는 ‘미국 자산 매도’ 논의가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시장 불안을 키울 뿐 현실적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Carsten Brzeski) ING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EU가 민간 투자자에게 미국 자산 매도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달러 자산 대신 유로 자산 투자를 장려하는 ‘유인책’ 외에는 현실적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제인 폴리(Jane Foley) 라보뱅크(Rabobank) 전략가는 “지난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때 이미 일부 투자자들이 달러 노출을 줄였다”며 “이번 긴장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자산 매도 카드를 실제로 꺼내면 무역분쟁이 금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미 증시 선물과 유럽 주가, 달러화는 동반 하락했고, 금과 스위스프랑,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관세 이후 되살아난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거래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