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가영 기자] 올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은 너도나도 한국형 ‘크립토밸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크립토밸리란 스위스 추크 주에 만들어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특성화 지역이다. 이더리움 재단을 비롯한 여러 블록체인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1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기는 등 지역이 크게 활성화됐다.
국내 지자체들도 추크와 같이 지역을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블록체인 특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난지 반년이 지난 지금, 각 지자체의 크립토밸리 조성 계획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아봤다.

◆ 지역특구법 시행되는 내년 4월, 지자체들 발벗고 나선다
내년 4월부터 블록체인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공포한 지역특구법이 4월에 시행되기 때문이다. 특구로 지정된 ‘규제프리존’에서 활동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201개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재정적 지원과 세제혜택도 받는다.
지역에 기업을 불러 모으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자체들이 발 벗고 나섰다. 제주도와 부산 등 각 지자체에서도 블록체인 특구 신청을 내년 4월에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전북·경북도 행정서비스와 공공사업에 블록체인 도입하고 뒤늦게 지역특구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울과 제주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접 스위스 추크에 다녀와 5개년 중장기 계획인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달라고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아시아 블록체인&핀테크 컨퍼런스(ABF)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 (출처 = 박원순 블로그)

◆ 서울 vs 제주도, 예산액수는 서울 승리
예산 편성에서 서울과 제주도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액수로 따지면 서울시 예산이 월등히 높다.
서울시는 블록체인을 통한 스마트시티를 만드는데 2022년까지 1233억 원의 예산을 활용한다. 펀드도 따로 조성했다. 각각 250억 규모의 ‘스마트시티 펀드’와 ‘창업지원 펀드’다. 서울시는 펀드를 통해 블록체인과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에 규제 권한은 없지만 다양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으며, 블록체인 테스트베드 도시로서 서울이 가진 저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내년도 블록체인 특구 관련 예산은 1억7000만 원이다. 블록체인 허브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에 비해 예산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 미래전략과 고권우 팀장은 “편성된 예산은 공공서비스 모델 발굴을 위한 연구용역비”라며 “공공서비스 외에 민간서비스모델을 발굴하고 만들어 내는 것은 제주도 자체 예산보다는 민간투자를 받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년도에 추진되는 블록체인에 대한 다수의 국가공모사업을 지원하여 국비를 받거나 민간재원으로 사업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 시정연설중인 원희룡 지사 (출처 = 원희룡 페이스북)

◆ 서울 vs 제주도, 기업에게 어필할 주무기는?
같은 블록체인 특구라도 어떻게 블록체인 기업을 끌어들일지에 대한 계획은 다르다. 서울은 블록체인 센터를, 제주도는 ICO 점진적 허용을 무기로 내세운다.
서울시는 마포 서울창업허브와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에 블록체인 특성화 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200여 개의 기업을 입주시키고 블록체인 관련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업들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한다. 특히 개포에는 120개 기업이 입주할 ‘서울 글로벌 블록체인 센터’를 2021년까지 신축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블록체인 특구 조성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단계적으로 ICO를 허용할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ICO를 3단계로 나눠 첫 번째로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허용하고, 두 번째로는 투자자 보호 조치가 이루어진 퍼블릭 ICO 일부를 허용, 마지막으로 전면 허용하겠다는 것이 특구안의 핵심이다.
이처럼 ICO를 허용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에 대해 제주도는 “암호화폐가 악용되는 원인 중 하나가 ICO 기업과 거래소에 대한 명확한 규제와 기준이 없어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ICO가 허용되지 않아 추크나 몰타, 싱가폴 등으로 떠나 법인을 세우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을 붙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희섭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은 “내년 4월 지역특구법의 시행에 맞춰 특구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당 법에 담지 못하는 영역은 제주특별법 제7차 제도를 통해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 ‘예산공룡’ 박원순보다 지지율 높은 원희룡, 왜?
내년도 서울시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다. 총 35조7416억 원이다. 돈이 많은 지자체가 블록체인 특구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 내년도 최대규모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홍보하는 서울시 (출처 = 서울시)

반면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 총액은 5조3524억원으로 서울시와 7배나 차이난다. 블록체인 예산이 1억 7000만원 편성된 것에 대해 제주도청 관계자는 “처음에 예산을 신청할 때는 더 많은 금액을 제안했지만 삭감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지율은 원 지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에서 원희룡 지사는 56.5%로 2위에 올랐다. 반면 박 시장은 50.9%로 6위에 올랐다.
당선 시기에 비해 현재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어느 정도 확대했거나 잃었는지를 비교하는 ‘주민지지확대지수’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1위, 박원순 시장은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예산 차이가 큰데도 지지율은 원 지사가 앞서는 이유에 대해 한 전문가는 박 시장이 옥탑방 체험 등 보여주기식 정치에 집중하고, 민선 7기 시정 방향을 밝히는 ‘서울시 마스터플랜’ 발표를 계속 연기하는 등 시 운영의 정체성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특구 추진 또한 보여주기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원 지사는 민선 6기 전국 시도지사 공약이행률 평가에서 전국 1위를 하는 등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책 이행에 집중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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