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적자국채 최소 20조원 발행할 듯
# 국고채 3년물 상단 최고 2.4%까지 오를수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올해 연초 들어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 등으로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서고 있는 데다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 우려로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국내 국고채 3년물이 당분간 2%대를 지속하고 상단이 최고 2.4%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 보는 등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20%포인트 하락한 2.038%로 소폭 하락 마감했다. 올 들어 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급등세를 보였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6일 2.013%로 마감해 지난해 11월 24일(2.013%) 이후 처음으로 2%대로 올라선 후 4거래일 연속 2%대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일 에는 2.058%로 거래를 마치면서 지난해 11월 1일(2.108%) 달성한 연고점 이후 2개월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5년물 국채 금리는 0.010%포인트 하락한 2.250%를 기록한 반면, 10년물 금리는 2.485%로 전장보다 0.001%포인트 상승했다. 1년물 금리는 1.417%로 전날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채권 시장에서는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와 추경으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 등 수급 불안 우려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투자 위축을 부추겼다. 채권 시장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0%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연준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마무리되는 오는 3월 첫 기준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경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에 대한 개별적 전망을 고려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다”며 “일부 참석자들이 기준금리 인상 시작 직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미 10년 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국내 채권 금리를 추가로 끌어 올렸다. 미국 국채 금리와 우리나라 국채 금리는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지난 주 조기 긴축을 시사하는 내용의 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지난주 미 국채 10년물은 전주 대비 0.25%포인트 상승한 1.76%로 마감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채선물 매도에 나서면서 투자 심리를 제약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 연초부터 11일까지 3년 국채선물을 2만5000 계약 가량 내다 팔았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에만 하더라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한 차례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최근 지난달 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3차례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미 국채 금리 상승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보통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우리나라 채권금리와 동조화를 보이는 데, 여기에 외국인들의 투자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연초들어 매도 물량이 크게 늘어난 점도 채권 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발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점도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국고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보다는 축소됐지만, 추경과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이 있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고채 발행규모는 166조원으로 지난해 발행 규모(180조5000억원) 보다 14조5000억원 줄었다.

또 지난해 10월 말까지 걷힌 국세 수입은 307조4000억원으로 정부가 2차 추경 때 바꾼 세수 전망치 314조3000억원의 97.8%가 걷혔다. 하지만, 추경과 적자국채 발행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국채 발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설 전에 가능하고, 추경 규모는 25~30조원 정도가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5일 “말 그대로 신년 추경이 되게 하겠다”며 “신년 추경편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추경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으로 방역 진행 상황 등 재원 여건을 종합 판단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해 추경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적자국채 발행 우려를 키웠다.

추가 세수가 없는 연초에 30조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하려면 추가 재원 마련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에 기댈 수밖에 없어 채권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은 통상적으로 채권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25~3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려면 20조원 초중반 가량의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경의 가장 주된 재원인 ‘세계 잉여금’은 초과세수에서 나오는데 초과세수 중 40%는 지방교부금을 납부해야 하며, 남는 잔액에 한해 세계 잉여금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세계 잉여금 역시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최소 30%를, 나머지 70% 중 30%는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4월 결산 전까지 초과세수를 추경 재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등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 초과세수는 19~20조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대선 이후 추경 편성으로 적자국채가 연간 50조원 발행될 경우 올해 국고채 발행은 216조원으로 지난해보다 36조원 늘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경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를 통해 조달될 수 밖에 없다”며 “지난해 발생한 초과 세수 19조원 중 40%인 7조6000억원은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되고 5조3000억원은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지원, 2조4000억원은 국채물량 축소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져 추경에 활용할 수 있는 초과 세수는 4조원 이하”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추경 규모가 25~30조원이라면 적자국채 발행은 21~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이 우려 하는 것은 이번 1차 추경을 시작으로 대선 이후 선거 결과에 따라 2~3분기 추경 편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등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현재 중립금리 수준이 1.75% 정도로 예상되고 있어 상반기 국고채 3년물 금리 상단이 2.1~2.2%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데, 가능성은 낮지만 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기준금리가 2% 이상 인상될 여건이 펼쳐진다면 국고채 3년물 상단은 2.4%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과세수를 보수적으로 19조원이라고 가정해도 지방교부금 정산, 소상공인 취약계층 지원 등을 제외한 최종 세계잉여금은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연초 추경 10조원을 합해 올해 추경이 30조 가량만 편성된다 가정해도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게 되면 올해의 국고채 발행량은 지난해 발행량을 상회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추경이 한 차례에 걸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미 긴축 영향도 지속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국고채 금리가 상반기 높은 수준을 지속하다 하반기 상승폭이 둔화되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고채 3년물 금리 상단이 2.15%를 터치하고 상반기 2%대를 지속하다 하반기 들어 미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다시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논의에 선을 긋던 기재부가 검토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규모는 차이가 있지만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찬성하는 만큼 추경 편성 가능성이 높다”며 “연초라는 특성상 초과 세수를 온전히 추경 예산에편성할 수 없는 만큼 연초 20조원 가량의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3월로 앞당겨 지고, 추경 이슈가 불거진 데다 외국인 국채선물 순매도세 등 악재로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200원 내외에서 등락할 전망인 만큼 환율이 현 수준 흐름을 이어간다면 국고채 역시 3년 물이 2% 내외, 10년물이 2.45% 내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미 국채 금리 인상, 추경 경계감 등이 이미 선반영 돼 있는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 12월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미 연준의 조기 긴축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채권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미국의 매파적 스탠스를 감안하면 이번주 한은 금통위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 되고 추경 이슈까지 계속해서 부각되면서 손절성 매도 물량 출회 등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가 1.7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선반영한 것으로 현재가 최고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한다고 해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후 올해 말까지 인상하지 않는 등 1.25%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추세적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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