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의 16일(현지시간) 리브라 청문회는 예상대로 리브라에 대한 정치권의 회의적 시각을 상당 부분 확인해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청문회는 또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가 앞으로 넘어야 할 정치, 법률적 장애물들이 적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류 언론인 CNBC방송과 마켓워치 그리고 코인데스크 등 암호화폐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데이비드 마커스 칼리브라 대표는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리브라 프로젝트의 타당성 주장과 함께 철저한 규제 준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 금융서비스 현대화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분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결과 미국의 중요한 대외정책 도구인 경제제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시스템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커스는 미국이 금융서비스 분화 보다 앞서 나가지 못할 경우 국가 안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자회사 칼리브라의 마커스 대표는 또 청문회 개막 발언과 질의응답을 통해 리브라 프로젝트는 모든 필요한 규제를 준수하고 사용자들의 신상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리브라의 신뢰성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급여 100%를 리브라로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커스의 설명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에 참석한 여러 상원의원들은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셔로드 브라운 의원(민주, 오하이오)은 페이스북은 연이은 스캔들로 우리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음을 보여줬다면서 “페이스북이 국민들의 은행 계좌를 갖고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존 케네디 의원(공화, 루이지애나)은 “페이스북은 통화 공급을 통제하기 원한다”고 지적했다.

마크 워너 의원(민주, 버지니아)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새로운 기술 분야의 소기업들을 인수해 제거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는 페이스북의 ‘캐치 앤 킬(catch and kill)’ 전략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청문회에서는 물론 리브라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 팻 투미 의원(공화, 펜실베이니아)는 “침대에 있는 아기의 목을 조르고” 리브라의 잠재적 가능성을 탐사해보지 않는 것은 주제 넘는 행위라고 말했다.

코인데스크는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은 암호화폐 보다 주로 페이스북과 관련한 이슈에 집중됐다면서 이는 의원들의 우려가 암호화폐 기술이 아닌 기업에 관련된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이어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도 17일 리브라 청문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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