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문정은 기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관련 최종 규제 권고안을 발표함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한 각국의 정책 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규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정부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으며, 이렇다 할 규제안 방향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 FATF 규제 권고안, 암호화폐 제도화 첫 발

지난달 FATF가 내놓은 암호화폐 관련 규제 권고안 내용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가상 자산(Virtual asset)’으로,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업체들을 ‘가상 자산 서비스 제공업체(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VASPs)라고 정의했다. VASP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지갑 서비스 제공업체, 암호화폐 발행 업체 등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모든 사업자들이 포함된다.

이날 FATF는 거래소 포함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모든 사업자들이 등록 및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와 함께 자금이동 시 VASP가 이용자 정보를 습득해 이를 상대방 VASP 및 당국과 공유해야 하는 내용도 최종 권고안에 담았다. FATF 최종 권고안에 따르면 회원국은 VASP 운영 허가 또는 사업 등록을 내주는 관할 기관을 지정하고, VASP는 이 관할 규제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업계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트래벌 룰(travel rule)’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트래벌 룰은 은행들이 자금 전송 시 고객 정보를 서로 넘겨줘야 하는 규정으로, 이는 지난 FATF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 내용에도 포함됐다. 암호화폐 취급 업체들은 1000달러 또는 1000유로 이상 거래에 대해 ‘송금자’와 ‘수신자’의 정보를 습득하고 공유해야 하며, 금융기관이 정보를 요구하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FATF는 회원국과 VASP들의 권고안 이행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내년 6월에 1년간의 검토 내용을 짚어볼 예정이다.

다만 FATF 측은 현 권고안 관련 여러 법적 문제와 기술적 과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지난달 G20 일정에 맞춰 열린 V20에서 톰 네이란(Tom Neylan) FATF 서기관은 “현재는 중앙 집중화 거래소뿐만 아니라 DEX(탈중앙화 거래소) 및 P2P(개인 간 거래) 거래소 등에 대한 여러 법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적절한 규제 프레임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트래블 룰과 관련 그는 “기술적 측면에서 아직 여러 과제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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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프랑스, 규제 강화

일찍이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일본은 올해도 ‘암호화폐 선도국’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일본은 2017년 4월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합법화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일본 금융청(FSA)에 등록해 운영하기를 요청했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거래소 운영 허가를 받은 곳은 총 19곳이다.

지난달 암호화폐 거래 관련 규제 강화 내용을 담은 금융상품거래법과 결제서비스법 개정안이 일본 참의원 본 회의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용어를 ‘암호 자산’으로 변경하고, 거래소들이 인터넷과 차단된 콜드월렛에 고객들의 자산을 보관하도록 했다. 또 암호화폐 증거금 거래를 금융상품 거래법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거래소 관련 과대 광고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올가을 일본 금융청(FSA)은 FATF 제 4차 상호심사를 대비해 지난 5월부터 자국 거래소 단속에 나섰다. 특히 익명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신원 검증 절차가 미흡한 자국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암호화폐 및 ICO(암호화폐 공개) 규제를 명확히 하는 새 법안을 채택했다. 지난 4월 프랑스 정부는 ‘기업 성장과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PACTE) 법’을 채택하고, 암호화폐 중개인과 대리점, 거래소 사업자 등을 포함하는 암호화폐 관리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금융시장관리당국(AMF) 감독을 받도록 했다.

◆ 한국은 눈만 껌뻑… 업계, 뒤처질까 우려

반면 국내 규제는 여전히 모호하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규제안은 아직도 정비되지 않았으며 이렇다 할 방향도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정부가 ICO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ICO는 여전히 불법성이 있고 투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에 금지 방침을 유지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사업을 진행하기는 더 힘들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겠다며 규제 샌드박스에 넣어줄 것을 신청하면 거부당하기 일쑤다. 최근에는 금융위가 규제샌드박스와 관련한 제안 가운데 암호화폐와 관련한 것은 불수용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정부는 암호화폐 산업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로 ‘투기 광풍’을 들었다. 정부가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암호화폐 시장을 공인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전과 같은 투기 광풍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1000만원을 돌파하자 정부가 나서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불법행위 및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에서 정부의 우려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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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규제와 관련해 각국의 사례를 참고해 글로벌 표준이 나오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가 수동적인 태도로 따라가기만 해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산업을 육성한다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다”면서 “기다리지 말고 먼저 나서 게임체인저가 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과거 부작용에 얽매여 산업 성장을 뒤처지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제 규제안만 기다리지 말고 선도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발의 돼 있다. 현재 발의된 법률 중 FATF의 자금세탁방지 권고문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평가받지만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또 FATF의 권고문이 발표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특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FATF의 권고안을 토대로 법이 개정돼 시행되는 것도 문제다. 규제안이 블록체인의 기술적 문제를 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3차 산업 규제를 4차 산업에 적용하려 한다”, “비행기가 나왔는데 자동차 법으로 규제하려는 꼴”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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