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34년만에 최저치로 미끄러진 엔화값에도 BOJ(일본은행)이 결국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약세 흐름이 불가피하다면서 달러당 160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다만 최근 원화와 엔화값이 동조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엔은 한동안 800원대 후반에서 9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전날 BOJ는 4월 회의에서 단기 금리를 연 0~0.1% 수준으로 유지하고 추가 인상을 보류했다. 채권 매입은 3월 결정과 동일한 수준을 지속할 계획을 밝혔다. BOJ는 지난 3월 회의에서 단기 금리를 17년 만에 인상하고 장단기 금리조작(YCC)을 폐지한 해 금리 변동을 용인하기로 한 바 있다.

4월 회의에 앞서 엔화값이 34년만에 155엔까지 밀리자 시장에서는 BOJ가 채권 매입 축소를 통해 국채 보유 잔고를 줄이는 양적 긴축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날 BOJ가 이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엔화값은 곧바로 1990년 6월 이후 최저치인 156엔 후반까지 밀려났다.

BOJ는 경제 지표들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금리 동결 이유로 밝혔다. BOJ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근원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8%로 상향 조정했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1.2%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BOJ가 통화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지만, 당분간은 완화적 금융여건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근원 물가상승률에 영향이 있다면 통화정책 고려와 판단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BOJ 회의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완화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다”면서 “국채를 줄일 생각도 없다고 하고, 엔화 약세에 딱히 신경쓰지 않고, 물가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뉘앙스”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당분간 엔저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BOJ가 완화적인 스탠스를 보인데 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155엔 돌파로 상방이 열렸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에 따라 미·일 금리차 지속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최근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이 짙어졌다는 점에서 원화값 약세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날 원·달러는 엔화 약세에도 예상을 하회한 미국의 1분기 GDP 결과에 따른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전일대비 0.3원 오른 1375.3원에 마감한 데 그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화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5엔을 뚫으면 170엔까지도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155엔 이상의 환율 수준을 용인할 경우 원·달러 1400원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JP모건체이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는 미 연준의 금융 정책에 따라 달러당 16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160엔까지 단번에 엔화 약세가 진행된다면 개입 가능성은 꽤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원·엔은 당분간 현 수준인 880원대 전후에서 움직일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최근 엔화와 원화값 동조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날 원·엔 재정환율은 전일대비 2.04원 내린 100엔당 881.80원에 장을 마쳤다.

엔화 가치 반등은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나 BOJ의 통화 긴축 시그널이 나올때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최근 시장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9월, 연 1회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이 연구원은 “엔화 반등은 BOJ의 통화정책 변화나 연준의 금리 인하가 탄력을 받는 4분기쯤 가서야 가능할 전망”이라면서 “엔화는 한동안 달러당 160엔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원·엔은 800원 후반에서 9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엔은 한동안 현 수준인 880원대 전후에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면서 “엔화를 방어하기 위한 BOJ의 추가적인 통화정책은 우선 10월로 예상하며, 엔화 급락과 부작용이 커지면 7월에 추가 조치가 이뤄지며 엔화값이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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