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예윤 인턴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지난 21일 ‘바티칸 밈코인’으로 알려진 루체(LUCE)가 급등하며 주목을 받았다. 루체는 바티칸 교황청의 상징 캐릭터 ‘루체’를 기반으로 제작된 밈코인이다.
25일 오전 8시10분 기준, 루체는 약 0.01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1일 한때 0.009달러에서 0.024달러까지 치솟으며 100% 넘게 급등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이전에도 교황의 건강 이상설이 전해질 때마다 루체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했다.
루체는 바티칸이나 교황과 공식적인 연관이 없는 디지털 자산이다. 종교 단체의 승인이나 협업 없이 단순히 상징 이미지를 차용해 제작된 일종의 ‘밈’일 뿐이다. 그럼에도 교황 관련 뉴스가 투자자들의 감정적 반응을 자극하며 가격 급등을 일으킨 것이다.
# SNS·커뮤니티가 가격 좌우하는 밈코인
밈코인은 △인터넷 밈 △캐릭터 △시사 이슈 △유행 등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암호화 자산이다. 본질적인 가치나 사업 모델보다는 ‘이야기’와 ‘상징성’에 투자심리가 반응하는 구조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SNS)와 커뮤니티의 반응이 가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물을 기반으로 한 밈코인의 경우 해당 인물 자체가 상징 자산처럼 작용해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 같은 인물 의존형 가격 변동은 주식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창업자나 최고경영자(CEO)의 구속·사임·사망 등이 불확실성 해소로 간주돼 주가가 상승하기도 한다. 복귀나 인사 교체가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다. 정치 테마주는 이러한 인물 효과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만 실적보다 △정책 방향 △대중적 이미지 △감정적 기대가 주가를 좌우한다. 같은 성씨나 출신 지역이나 특정 행사 참석 이력만으로도 관련주로 묶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물론 일부는 실제 정책 수혜 기대와 연결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실체보다는 ‘테마’ 그 자체가 투기의 근거가 된다.
# SEC “투자계약 요건 불충족… 투자자 보호 어려워”
문제는 밈코인이 이보다 훨씬 더 과장되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시장 반응을 이끈다는 점이다. 특히 밈코인은 명확한 운영 주체나 로드맵이 없음에도 단순히 ‘밈’ 자체에만 의존해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 판단 역시 정보보다는 감정과 유행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구조는 투자 리스크를 크게 높인다. 이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밈코인은 대부분 실질적인 기능이 없고 사용처나 활용성이 제한적”이라며 “투기적 성격이 강해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트럼프와 리브라 등 정치인을 기반으로 한 밈코인들이 출시 직후 수십 퍼센트의 급등락을 반복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밈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유희를 넘어 실제 자산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EC 산하 기업금융국은 밈코인의 발행 및 판매가 연방 증권법상 ‘투자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밈코인 보유자나 투자자는 연방 증권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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