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되고 발전한 기술인 암호화폐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제3세계에서 사용이 확대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마켓워치는 6일(현지시간) 최신 기술로 개발된 암호화폐가 선진국이 아닌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의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 사례들을 소개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베네수엘라는 연평균 10%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의 전략국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생필품 확보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최근 암호화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상거래에 암호화폐를 채택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면서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높은 거래 수수료, 가격 변동성, 보안상의 결함 등으로 인해 아직 암호화폐의 위치가 확고하지 못한 것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서 오히려 암호화폐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에서는 최근 비트코인 거래량이 계속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최근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화폐가치 변경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통화로서의 기능을 잃은 상태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남아있는 통화 가치의 95%를 평가절하하는 등 조치를 발표했으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사라지면서 결국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디지털 화폐를 주거래 수단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베네수엘라의 암호화폐 확산 과정에서 두드러진 점은 비트코인 외에 암호화폐 대시(Dash)의 이용이 활발하다는 사실이다.

대시 측은 베네수엘라에서는 버스 탑승부터 지하철, 샌드위치 가게에 이르기까지 대시로 지불할 수 있는 가맹점 수가 1000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중남미와 달리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암호화폐가 다른 경제적 문제, 즉 국경 간 지불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외국과의 무역을 위해 자국의 공식 통화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 의미가 없다.

높은 거래 비용과 송금에 소요되는 시간 등에 따라 일반 통화를 이용한 국가 간 무역이 어려운 아프리카에서 암호화폐는 매우 유용한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에 위치한 비트코인 송금 업체 비트피사(BitPesa)의 엘리자베스 로시엘로 대표는 “미 달러화를 환전해 거래하는 경우 최대 15%의 수수료와 2주의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3% 미만의 수수료와 몇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장 구성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 각국 정부의 규제 정책 등에 따라 암호화폐의 정착이 쉽지 않은 선진국 대신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더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