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신인도 CDS프리미엄 60bp 돌파…상승폭 가팔라
#7~9월 환율 변동성 지수 72.1p…평균 상회
#환율 1400원 돌파…9월 원화가치 6.9% 급락
#실탄 외환보유액 올들어 463억 달러 감소
#외환시장 불안 커지고 있지만…아직 불안 수준 아냐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가 신용도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격하게 오름세를 보이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돌파하고, 외환보유액도 올 들어 460억 달러 급감하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하면서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순채권국가인 데다 경제 기초체력도 양호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 때와 같은 경제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아직 경제 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각종 경제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 국가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5년물 기준)은 60bp(1bp=0.01%포인트)를 기록해 지난해 말 보다 39bp 올랐다. 올해 초 20bp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세 배 상승한 것으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당시 57bp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9일엔 61bp로 연고점을 찍었다.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 수록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나 국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표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정부의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높을 뿐 아니라 해외자본의 유출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 지표는 650bp까지 폭등했었다. 당시와 비교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최근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장중 1442.2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금융불안정이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는 9월 한 달 동안 6.9% 급락해 2011년 9월(10.43%) 이후 11년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 달러로 전월(4364억3000만 달러)보다 196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2008년 10월(-274억2000만 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올 들어서만 463억5000만 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외환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9월 환율 변동성 지수는 72.1포인트로 장기평균 수준(50)을 큰 폭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997년 외환위기(85.5포인트), 2001년 닷컴버블(82.9포인트), 2008년 금융위기(83.3포인트) 등 세 차례 위기 시기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9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 역시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환율 변동성 수준이 과거 위기 시기에 근접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외환시장의 불안 정도를 나타내는 외환시장압력지수(EMPI)를 산출한 결과 6~8월 외환시장압력지수는 각각 2.2포인트, 0.2포인트, 1.2포인트 기록하면서 외환시장의 수요측 압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환시장 불안정성 판단 기준(2.59포인트)에 비해서는 아직 소폭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시기인 1997년 12월(17.2포인트)과 금융위기 시기인 1997년 12월(5.8포인트)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외환시장압력지수는 외환보유액이나 환율의 변동으로 인해 형성된 외환시장 불균형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이 지표는 환율 절상(절하)률과 외환보유액 증가(감소)분을 각각 표준편차로 나눈 값들의 합으로 정의된다. 외환시장압력지수가 양의 값을 가지면 외환수요 압력이 크고 음의 값을 가지면 외환공급 압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해당 기간 중의 표준편차의 일정배수(1.5배)와 평균치 간의 합보다 외환시장압력지수가 클 경우 위기 징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국내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이어지며 지난달 22일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큰 폭 상승하면 10년 만기 금리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첫 역전된 후 지금까지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이어지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폭은 지난달 26일 0.213%포인트까지 확대되면서 역대 최대 역전폭인 2007년 11월29일(0.13%포인트)를 뛰어 넘으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기 전에 나타나는 일종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대외자산-대외부채)은 7441억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같은 기간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도 41.9%로 3월 말(38.2%) 대비 3.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12년 6월 말(45.6%) 이후 10년 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상 최대 무역적자에 이어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던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경제 전반에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 이후 2년 4개월만래 최대 적자폭이다. 한은은 9월에는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산유국들의 감산조치로 에너지 가격이 다시 들썩일 경우 부진한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정부는 대외건전성 지표 등이 양호한 만큼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최근 여러 시장의 변동성을 가지고 (주장하는)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국제기구나 신용평가사, 국내외 여러 전문가 얘기를 종합하면 매우 낮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아직은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최근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등 현 상황이 지속도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액 감소 속도에 환율 절하폭을 합한 숫자인 외환시장압력지수가 높아지면 외환위기 시그널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며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큰 폭 오르면서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8월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는데 아직 위기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연간으로는 플러스를 기록한다고 해도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데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고착화 된다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환율도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오르는 등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이 경우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정이 커질 수 있어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지고 있고, 이로인해 우리나라의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며 “아직은 외환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이 지속된다면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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