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선임기자] 지금 세계 경제 상황은 혼돈 그 자체다. 질서(COSMOS)는 무너졌고 혼돈(CAOS)이 찾아왔다.

골디락스라고 불리던 태평성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물가, 고성장, 자산가격 상승으로 함포고복(잔뜩 먹고 배를 두드린다)하던 태평성대는 끝났다.

세상을 한번 둘러보자.

영국의 연기금이 유동성 위기에 처해 영국 정부가 자금 공급을 해주기로 했다. 영국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금리가 오르자 연기금이 투자한 국채 가격이 떨어져 이를 담보로 한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추가 담보요구가 나오고 있다. 연기금은 다른 국채를 팔아서 담보를 보강해야 한다. 국채 가격 하락과 투매에 따른 추가 하락이 꼬리를 문다. 유동성이 없어져 파산할 지경이다. 금융시장 경색, 도산 위험이란 후발 개도국에서 자주 보던 일이 경제 대국 영국에서 벌이지고 있다.

중국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해 부동산 재벌 헝다의 파산(사실상) 이후 중국경 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제가 부실화하고 지방 정부의 도산도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건설회사의 부실화로 짓다 만 아파트가 널려 있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은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시위를 벌인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글로벌 경제를 먹여 살린 구원자였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세계 경제는 원기를 회복했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또 다른 위기의 진원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은 엔화 추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경제가 위태로와질 때마다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일본의 막대한 해외 자산 등으로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본 경제에 대한 의구심으로 엔화의 추락이 멈출 줄 모르자 당국이 수 백조 원의 달러를 팔아 엔화 약세를 저지했다. 그러나 잠시 뿐 엔화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영국, 중국, 일본의 통화정책은 모두 역주행 중이다. 정상적이라면 자국의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긴축정책을 펴서 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강력하게 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내부 사정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사정을 보자. 영국은 연기금이 부도위기에 처하고, 중국은 건설사 등 기업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고, 일본은 금리를 높이면 대부분의 재정을 빛에 의지하는 정부의 부채와 이자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00%가 넘을 전망이다. 레바논은 돈을 내주지 않는 은행을 예금주들이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가가 하도 올라 오늘 돈을 쓰는게 가장 이득인데 예금인출을 제한하자 폭동이 난 것이다. 이처럼 부도위기에 처한 나라가 수 십 개 국이 넘는다는 뉴스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워싱턴에서 열릴 연차 총회에서 빈국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와 도이치뱅크가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다른 나라 은행들도 안전치 않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은행의 부실화에 대한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부실화 얘기가 나올 때는 눈에 안보이는 곳에서의 잠재부실이 커지고 있을 때다. 은행 부실이 현실화 될 때는 항상 위기가 찾아온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리먼 브라더스가 상징적 신호였고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 때는 대부분의 은행이 부실은행이 됐다.

미국은 어떤가?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업률은 낮아진다고? 미국만 잘 나가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허구다. 실상은 다르다.

미국도 힘들다. 힘들지만 힘이 세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다. 힘으로 버티는 상황은 한계가 있다. 힘 말고 시스템이 유지돼야 하는데 시스템이 금이 가서 힘을 쓰는 상황이다.

미국은 전기차,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공장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미국의 중산층 백인 사회가 무너졌기 때문에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다른 나라와 다른 나라 기업들 팔을 비틀고 있다. 미국이 자랑하던 자유 무역 시스템마저 훼손하고 있다. 자국 기업 우대정책이 미국이 만든 국제 룰을 무너트리고 있다.

미국은 이민으로 성장했다. 제조업 중산층 백인들의 이익을 위해 이민의 나라,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인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국경 봉쇄 등을 통해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이민을 색출하고 있다. 노동의 수요와 공급을 힘을 통해 조절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그래도 부족하면 돈으로 해결한다. 시장을 통해 돈을 풀던 고전적 통화정책 대신 정부가 직접 수표를 뿌리고 있다. 수표가 계좌에 들어 있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려 나오지 않는다.

미국 경제는 실력이 좋지 않다. 힘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기축통화국이라는 돈의 힘으로 국민들에게 먹을 것을 뿌리고 있다.

리더십은 힘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가의 리더십은 더욱 그렇다. 미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리더십은 시장을 제공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제공하는데서 출발했다. 물론 2차 대전 승전국이면서 군수물자 공급을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벌었던 나라라는 군사 경제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

지금 미국의 상황은 어떤가? 시장을 제공하는가? 안전한 시스템을 제공하는가?

미국이 영국을 구하고, 일본을 돕고, 중국의 위기에 공동 대응할 능력과 태도가 있는 지 의문이다. 능력과 자세 모두 마찬가지다.

미국은 세계 지도국가로서의 리더십을 살피기 보다는 스스로의 생존과 국내 현안 해결에도 벅찬 상황이다.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의 도전에는 대처할 힘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리더십을 발휘해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각 국가들이 각자도생하며 국민들의 삶을 지켜야 한다. 개별 국가의 위정자들,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절이다. 삶이 어려워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 어려워진 이유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를 좋아한다. 미국에서 인종혐오나 차별이 나오는 이유다.

좋은 정부가, 좋은 정치가 어려운 시대를 잘 극복하기를 바란다.

정부는 정부대로, 내가 속한 기업은 기업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혼돈 속에서 버틸 자구책을 준비해야 한다.

당신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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