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암호화폐 생태계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스테이블코인 논쟁이 격화할 조짐이다.

테라USD(UST) 달러 페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원인과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기본적으로 테라-루나가 채택한 알고리즘의 기술적 한계를 지적한다. 이른바 데스 스파이럴(death spiral)에 대한 방어가 미흡했다는 것.

루나를 희생하고 테라 페깅을 선택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패착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석연치 않는 움직임들도 무시할 수 없다.

# 3중 안전 장치가 깨졌다

테라의 달러 페깅은 3단계 장치가 있다고 평가 받아왔다.

첫째, 루나-테라 스왑(알고리즘)

둘째, 강력한 스테이킹과 유동성 조절 수단(앵커 프로토콜 등)

셋째,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 재단(비트코인을 준비통화로 채택)

  1. 테라측은 사태가 발생하자, 루나-테라 스왑 알고리즘을 바꿔 더 많은 양의 루나를 더 신속하게 테라와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는 그러나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속도면에서 너무 느렸다.

  2. 앵커 프로토콜은 UST를 담는 거대한 저수지였지만, 자금 이탈 속도를 일정 부분 줄이는데 그쳤다.

  3. 재단은 실제 상황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준비된 실탄이 뱅크런을 막기에 충분치 않았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의 한 관계자는 “루나 가치가 이런 속도로 급락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루나의 값이 0이 되지 않는 한 UST는 ‘언젠가는’ 1 달러로 다시 수렴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0이 되는 조치가 나왔다. 바이낸스가 전격적으로 상장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 바이낸스, BUSD 쌍만 남기고 숨통 끊어

바이낸스는 루나-바이낸스USD(BUSD) 거래 쌍을 제외하고 루나에 대한 거래 지원을 중단했다. FTX 등 다른 글로벌 거래소와 한국계 거래소들에서는 루나를 거래할 수 있지만 바이낸스의 행동은 상징성이 크다.

세계 최대 거래량을 자랑하는 거래소이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CEO 창펑자오는 12일 트위터에 의도적으로 BUSD를 자랑하는 트윗까지 올렸다. BUSD는 달러를 예치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바이낸스가 만든 것이다.

UST의 숨통을 끊으면서 BUSD를 탈출로로 열어 두는 교묘한 결정을 내린 것.

# 거래소 연계 스테이블코인 천하

UST가 이대로 무너질 경우 세계 3대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거래소의 강력한 지원을 받게 된다.

규모가 가장 큰 테더(USDT)는 비트파이넥스, USD코인(USDC)는 코인베이스가 포함된 투자 컨소시엄, BUSD는 바이낸스가 ‘백커(backer)’다.

이중 USDC는 테라 사태 직후 나온 음모론과 연결돼 있다. USDC 운영사인 서클은 지난해부터 스팩(SPAC)을 이용한 증권거래소 입성을 추진해왔다.

서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그룹에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 월가 대형 투자 기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코인베이스는 서클과 USDC의 탄생을 함께한 동지다.

테라 사태 직후 월가에서는 블랙록, 헤지펀드 시타델 등이 테라 사태의 배경 중 하나라는 소문이 돌았다. 해당 회사들은 이를 부인했다.

공교롭게도 UST가 무너지면 기존 3대 스테이블코인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스테이블코인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들이 경쟁자를 의도적으로 제거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글자 그대로 음모론일 뿐이다.


# 정책 변수에 대한 기존 스테이블코인 운영사의 대응

다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옐런 장관은 테라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테라 문제가 금융 안정성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나, 제도권 안으로 규제화해야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 3사는 미국 달러(피아트 머니)를 예치하고 그에 해당하는 만큼만 코인을 발행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테라 사태를 촉발한 알고리즘의 위험성과는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 창펑자오도 테라를 비판하면서 BUSD가 달러 피아트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테더도 회계 투명성이 문제가 됐을 때 공시를 강화하고, 보유 자산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제도권 진입에 편승했다.

서클은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를 가장 먼저 주장했고, 정책 당국과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 거래소 스테이블코인과 이해상충 문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거래소 소유 스테이블코인이 고객 이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바이낸스가 테라 상폐를 실행하면서 자신이 만든 BUSD만 거래쌍을 유지했다. 심지어 테더, USDC 거래쌍도 없앴다.

바이낸스 투자자들은 바이낸스가 만든 스테이블코인을 유일한 탈출로로 이용할 수 밖에 없다.

SEC는 대형 거래소들이 고유의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매매에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장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이면서 자금세탁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 SEC와 권도형 대표간 법정 다툼


SEC는 지난해 테라의 권도형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권 대표는 SEC의 소환장 발부에 대해 자신은 미국 시민이 아니며, 테라랩스는 싱가포르 소재 기업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테라측은 SEC와 이 문제를 놓고 맞소송을 벌이고 있다.

테라는 그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테라 기반 앵커 프로토콜 등 디파이 플랫폼이 커지면서 경쟁 기업과 미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테라의 달러 디페깅이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음모론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테라의 실패로부터 이익을 얻는 경쟁자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USDT, USDC, BUSD 반사이익

테라 사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입지에 치명타를 날렸다.

유사 프로젝트가 시장의 주목을 받거나, 투자자금을 유치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라 자신도 마지막 해결 방법으로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기존 달러(피아트 머니) 예치 스테이블코인들이 ‘안정적인 수단’으로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USDT, USDC, BUSD 등이다.


#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공존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 간의 관계 설정은 과제로 남는다.

미국 규제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은행에 준하는 규제를 지키는 방향으로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동시에 CBDC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CBDC를 채택하더라도 은행 계좌를 통해 간접적으로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3대 민간 스테이블코인들은 은행에 준하는 자본 조건, 규제 장치를 갖춰 제도권 안에서 영업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형 거래소와 월가 투자자들이 벡커로 있기 때문이다.

UST를 포함한 4개의 스테이블코인이 분할했던 시장을 3개 코인 체제로 재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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