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최근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장 뜨거운 검색어가 되었다.

메타버스는 1982년 SF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유래한 것이다. 작년부터 주목을 받으면서 미래 가상 세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게임, IT, 자본시장 등을 막론하고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신화사는 “상상 속의 메타버스는 아직 오지 않았고 메타버스의 깃발 아래 초대한 적 없는 각종 과장 광고, 거품, 사기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신화사는 광풍 속에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네 가지 현상을 예로 들고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신화사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매체들은 메타버스를 둘러싼 투기 현상을 경고하는 보도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중국 매체가 보도에 나서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미 관련 기관들의 검사가 진행되고 얼마 뒤 당국이 강력한 규제나 단속을 시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중국 당국이 메타버스를 빙자한 주가 조작이나 투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 ‘메타버스라는 이름만 붙이면 프리패스’

메타버스는 매우 방대한 개념으로 메타버스라는 커다란 바구니 안에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며칠 전 중국의 한 주류회사가 “백주 가운데 장향(酱香)형 백주의 메타버스를 구축하겠다”고 하자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백주는 농향, 청향, 장향 등 세 가지 향으로 구분지을 수 있는 데 장향은 콩을 발효할 때 나는 장맛처럼 깊은 맛과 향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백주와 메타버스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

한 네티즌들은 아무 관계도 없는 두 가지를 연결지었다며 ‘엄청난 마법’이라고 비꼬았다.

신화사 담당 기자는 백주 논쟁에 앞서 메타버스와 아무런 관련 없는 회사들이 이미 메타버스 밈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유명 밀크티 프랜차이즈가 제한된 수량이지만 메타버스 NFT 블라인드 박스를 발행했고, 한 주방가구 업체는 갑자기 메타버스 전문팀을 꾸리고 소매 제품에 메타버스 브랜드와 연결된 마케팅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중국 기업이 ‘메타버스’를 추가한 상표를 신청한 건수가 10,000건을 넘고, 이와 관련된 회사도 1,500여곳에 이른다.

IT,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업이 주를 이루고 소매, 자동차, 교육, 사물인터넷, 심리컨설팅 기업도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메타버스와의 관련성이 미약한데도 대다수 기업이 어떻게든 메타버스와 연결짓고 보자는 심산인 것 같다.

상표출원 건수가 가장 많은 한 무역회사는 출원 건수의 80%에 메타버스를 붙였는데 출원한 품목도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프라다 메타버스, 루이비통 메타버스, 렉서스 메타버스, KFC 메타버스는 물론이고 하이디라오 메타버스까지 신청했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로 이들 메타버스 상표가 실제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2. ‘보잘 것 없는 기술에 상상력만 더했다’

중국의 주요 IT회사에 근무하는 한 책임자는 중국의 메타버스 현상을 “오래된 술을 그저 새 술병에 포장해 시장에 내놓는 수준”이라면서 “기술이나 제품에는 아무런 혁신도 없는데 이름만 거창하게 바꾼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계에 따르면 사업 내용은 바뀐 게 없는데 30여 곳 이상의 기업이 상호 변경을 통해 변신을 꿰했다고 신화사는 지적했다.

이들 기업 이름에는 어김없이 메타버스 기술, 메타버스 미디어, 메타버스 무역 등과 같은 이름이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투자 유치를 위해 산업개발구에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모자를 덧씌운 지방정부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VR, 게임, 인공지능 같은 기존 사업을 여전히 하고 있는데 이름만 메타버스로 바꿔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는 기존 기술 개념과 비교했을 때 파괴적인 신기술의 탄생보다는 개념 자체를 분명 중시한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클라우드 컴퓨팅, 뇌-컴퓨팅 인터페이스, 이동통신 등 대규모 기초기술 업그레이드와 반복적인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고 대량의 사용자 확보, 생태계의 환경 지원도 필수적인데, 대부분의 기업이 기술은 없고 상상력과 거창한 레토릭만을 사용해 미래의 가상세계를 구축하려 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상은 쉽고 사명 변경도 간단하지만 진정한 메타버스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 현재 전반적인 메타버스의 발전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직까지 필요로 하는 기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기술적 병목 현상을 극복해야만 진정한 메타버스가 실현될 수 있다.

3. 주가 부양 수단으로 변질된 메타버스, 갖다붙이면 ‘떡상’

메타버스는 주식시장에서도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상장사가 메타버스를 갖다 붙이기만 하면 주가가 순식간에 치솟는다.

이 회사들이 정말로 장기적인 계획이 있는지, 혹시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본 게임이나 주가 조작성 과대포장인지는 알 수 없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신화사는 업계 관계자들도 “메타버스 관련주는 매우 지저분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주가를 떡상시키기 위해 뭐든 갖다 붙인다. 미술 전시회를 하는 한 회사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언급한 지 몇 달 만에 주가가 두 배로 뛰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가상 건축물을 협력 개발할 거라는 공시를 또 냈고 주가가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증권거래소가 나섰다.

증권거래소는 일부 상장사들에 서신을 보내 메타버스가 적용된 상황을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대다수 기업들이 “아직 초기 탐색 단계다” “아직 매출과 수익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회신했다.

중국증권거래소의 거듭된 주시와 기업들 스스로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드러냈지만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신화사는 이들 회사가 메타버스로 관심을 끌고 주주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이유는 그동안의 실적 부진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지적한다.

연이은 공시로 사업 리스크를 스스로 노출시킨 상장사도 있고,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장사도 메타버스에 올라탔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른다.

회사의 실적을 보지 않고 메타버스라는 컨셉 하나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런 ‘조작’에 적잖은 전문가들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화사의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라는 기치 아래 놓인 거품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투자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고 일단 거품이 터지면 바닥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4. 다단계 암호화폐꾼, 메타버스로 갈아탔다

최근 중국에서는 2시간 짜리 메타버스 교육 과정이 360만 위안(한화 6억5천만원 상당) 이상의 고가에 팔렸는가 하면, ‘메타버스 투자기회를 잡아라’ ‘부의 문을 열어라’는 제목의 관련 서적이 줄줄이 출간되었다.

메타버스의 기치 아래 불법적인 범죄 활동도 횡횡한다. 신화사 기자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들 상당수는 메타버스하면 일부 사기꾼들이 돈냄새를 맡고 무지한 개미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려는 작당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푸동개혁발전연구원 금융항운연구실 류빈 주임은 “흥미로운 것은 과거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법 투기를 일삼던 암호화폐 업자들이 ‘메타버스’로 시선을 돌렸다”고 언급했다.

그의 지적은 메타버스가 조만간 중국 당국이 철퇴를 내린 암호화폐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드리운다.

2021년 9월 중국 인민은행 등의 다수 정부기관은 가상화폐 관련 비즈니스 활동이 불법 금융활동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자 잠시 설자리를 잃었던 암호화폐 사기꾼들이 메타버스 투자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투자 방법을 들고 나와 각종 설명회, 생방송 등의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게임 토큰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가상화폐를 구매하도록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의 한 홍보대행사는 신화사 기자에게 메타버스 가상화폐 프로젝트를 유료로 홍보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는 “XX는 커뮤니티가 소유하는 완전한 탈중앙화 가상공간 메타버스 + NFT 프로젝트이고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권이 확인되었으며 바이낸스 + 후오비 계약주소로 이중 심사를 통과했다”는 식의 내용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화둥정법대학 금융규제형사법리연구센터 마오링링 주임은 “가상화폐에는 수 많은 유형이 있으며 각각 고유의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일부는 어떤 신용 기반도 없는 코인으로 무한정 발행될 수 있으며 이러한 코인 프로젝트는 전형적인 사기”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의 개념 자체를 평가하긴 이르다. 하지만 이를 부추기는 자들에게는 불순한 동기가 있을 수 있다.

신화사의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수단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개미들을 노리는 동기는 똑같다”고 말한다. “일부 투기꾼들은 메타버스를 이용하면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호도한다. 하지만 그 목적은 인간의 호기심과 부에 대한 욕망을 이용해 당신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일 수 있다”고 신화사는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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