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과세가 본격화되면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세회피 수단으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거래소를 통하지 않는 개인간 거래(P2P)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거래소가 기존 금융사처럼 가상자산 기반의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다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해외거래소·P2P 거래 과세 방안 전무…”거래소 이탈 확산 우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과세가 진행될 경우, 세금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의 거래소 이탈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정대로 정부 과세안이 추진될 경우 가상자산을 250만원 이상 투자시 투자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0%가 부과된다.

문제는 해외 거래소 이용, P2P 거래와 같은 조세회피에 대한 대응책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해외거래소의 경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아 원화거래가 어렵지만,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자산연동코인)을 활용할 경우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P2P 거래를 추적하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방안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훈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위원은 “현재 과세 방안은 가상자산 사업자 중 거래소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거래소 밖의 가상자산 트레이딩을 포함 못시킨다면 사실상 연내 과세가 불가능하다”면서 “P2P 거래와 해외거래소 소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도 “정부 입장에서는 거래소가 유지되는 것이 과세하기 좋은 환경이 됐기에 현재 모습으로 과세하는 것”이라며 “과세가 진행되면 사용자들의 거래방식이 P2P로 상당히 많이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나아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는 “조세회피 수단은 굉장히 많은데, 무조건적으로 막기만 한다면 결국 한국 가상자산 산업이 ‘가두리 양식장’처럼 될 수도 있다”면서 “큰 고기(대형 프로젝트, 고액투자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작은고기(개인투자자)만 남아있게 된다면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과세당국은 원화 거래량을 늘릴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과세 뿐만 아니라 인센티브 정책도 필요…거래소 경쟁력 제고도 추진

가상자산 흐름을 추적할 수 있도록 전자지갑에 대한 개인 등록제, 거래소 이용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처럼 전자지갑을 등록하고 거래한다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해주거나 거래소 이용시 일부 과세를 면제하는 등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파악하지 못하는 코인 흐름에 세금 부과를 못하는 게 문제인데, 일부 세금 감면 정책이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들은 기존 ‘종합금융사’처럼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며 투자자들의 수익을 개선시키는 등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개인이 하기 어려운 스테이킹(예치), 커스터디(수탁) 서비스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세금을 감수하고도 투자자 수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처럼 취급하려면 현재 법적 분류인 ‘무형자산’이 아니라 증권으로 취급하거나, 그에 준하는 새로운 유형의 ‘신종금융자산’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 거래소들은 단순히 거래중개에 사업영역이 한정돼 있지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면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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